"챔피언이 된 순간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고생스러웠던 지난날이 몰려와 아내를 껴안고 펑펑 울었어요."
한국 프로복싱사에 역대 최고령 한국챔피언 기록을 갖게 된 중국음식점 주인 복서 정경석(40)씨. 정씨는 지난 7일 대구 동구문화회관 특설링에서 열린 슈퍼라이트급 한국챔피언 결정전에서 16세 아래인 김용성 선수를 3대 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올랐다.
"6회에 훅을 맞고 한 차례 다운당했지만 상대의 경기장면을 비디오 테이프로 분석한 준비덕에 경기가 쉽게 풀렸습니다."
정 챔프는 복싱 시합을 하다 코가 내려앉아 대회를 한 달 앞두고 큰 수술을 하는 시련을 딛고 우뚝 섰다. 의사는 또 다칠 수가 있으니 시합 뒤 수술할 것을 제안했으나 호흡 장애가 너무 심해 수술을 강행하고 링 위에 서는 오기를 부렸다.
전북 전주가 고향인 정 챔프는 중학교 졸업 뒤 챔피언에 올라 큰돈을 벌어보겠다며 무작정 상경했다. 신문배달과 중국집 종업원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면서 밤에는 체육관에서 챔프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가난으로 2년 만에 챔피언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26세 때인 지난 89년 경산으로 온 정씨는 웨이터, 지배인을 거쳐 식당을 차리고 부인 김명호(37)씨를 만나 결혼하고 다시 글러브를 꼈다. 32세 때부터 2년간 경북도민체전에 경산대표로 나가 2등을 차지했다.
34세가 되자 나이제한에 걸렸으나 포기하지 않았다. 프로경기 한 번 뛰어 보고 그만 두고 싶었기 때문. 마침 2002년 프로복싱 신인왕전에는 나이 제한이 없어졌고 그해 8월 프로 데뷔전을 가진 뒤 마침내 꿈을 이뤄냈다.
정씨는 "때때로 그만두고 싶었으나 나와의 싸움에서 지는 것이 더 억울했습니다. 복싱을 한 지 25년 만에 꿈을 이룬 만큼 체력이 닿는 한 링 위를 뛰겠습니다"며 밝게 웃었다. 경산·김진만기자?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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