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의장 '개혁 속도조절론' 파장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이 10일 개혁 입법 처리 문제에 있어 속도조절론을 제기해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의장은 이날 창당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보안법을 비롯한 이른바 '4대 개혁법안' 처리에 대해 "산이 높으면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골라가야 한다"며 "당내 의원들도 양식이 있는 분들이라서 가능한 한 이 문제에 대해 좀더 넓게 토론할 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 핵 위기와 서민경기 침체라는 중첩된 악조건 속에서 우리 당은 개혁을 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부분적으로 국민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 자신이 주관적 의지에 대단히 열중하다 보니 객관적 조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장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내 개혁파 세력들은 불만을 표했다. 속도조절론은 개혁 입법의 연내 처리를 사실상 유보하는 것으로 그동안 천 대표를 비롯한 개혁 세력들이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연내 처리하겠다'고 한 주장과는 정면 대치되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이 의장 발언에 대해 "의장의 말에 따로 덧붙일 말이 없으니 기자들이 알아서 해석하라"고 불편한 심기를 보이면서 "국보법을 비롯한 개혁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천 대표는 특히 지난 9일의 워크숍에서 4대 입법을 연내 처리하지 않겠다고 보도한 언론에 대해 "터무니없는 말이고 심각한 오보"라고 발끈하며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정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개혁파인 임종인(林鍾仁) 의원도 "4대 법안이란 말을 안 쓴다고 하는 것은 기교적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본다. 민생법안은 국회가 늘 하는 것이며 반민주·반인권·반통일법인 국가보안법 폐지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중심으로 4대 개혁 입법의 연내 우선 처리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속도조절론 자체가 한나라당을 대화의 테이블에 앉게 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서 강경파의 입김이 지속적으로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박상전기자mikypark@imaeil.com

사진:열린우리당 이부영 당의장이 창당 1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현안과 정국운영 방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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