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무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오던 길에 105번 좌석버스를 탔다.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데 운전기사 아저씨가 "거기 아주머니, 요금 왜 안 내요?" 하기에 처음엔 나보고 그러는 줄 알았다.
출구쪽 의자에 커다란 보자기를 안고 앉아있던 할머니 한 분이 난감한 기색으로 쭈뼛거리며 뭔가 장황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박사'라는 곳에서 대구로 오는 길인데 아는 이의 차에 동승을 했다가 그 사람이 "여기서부터 버스를 타고 가라"며 중간에 내려놓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차비도 없으시냐고 운전기사가 조금은 짜증스런 목소리를 냈다. 그때 앞좌석에서 아기를 안은 새댁이 목소리를 낮추며 아래로 손을 내밀어 그 할머니께 돈을 건네려다 보자기를 안고 계신 걸 보더니, 자기가 대신 내고 와선 작은 목소리로 "할머니, 차비 제가 냈으니 편한 마음으로 가세요"라고 속삭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기 손을 잡고 가는 새댁의 등 뒤로 은행잎이 노랗게 지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풍경이라 아직도 마음이 흐뭇하다.
적은 돈 같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정말 예쁘지 않은가. 당연히 그 젊은 엄마가 키우는 아기도 아주 착한 시민으로 잘 자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윤점도(인터넷투고)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