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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함께살기-뇌출혈 전신마비 이수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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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에 따른 전신마비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이수정(21·동구 신기동)씨. 하루 종일 누워 지내다 보니 등에는 땀이 차 있고, 전신 신경이 마비돼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실례(?)를 한다.

하루를 보내는 게 고역일 수밖에 없는 그녀가 삶의 끈을 놓치지 않는 까닭은 하나뿐인 남동생 때문이다.

정호(18·가명)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들려준다.

누나에겐 바깥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나 다름없다.

어떤 날에는 말을 하다 지쳐 누나 곁에 쓰러져 잠들기도 한다.

이런 생활을 해온 지 벌써 5개월째. 지난 6월초 '친구 집에서 잠시 놀다 올게'라는 쪽지를 써붙이고 나간 수정씨는 그날 밤 친구네 아파트 옥상에서 그만 밑으로 떨어졌다.

사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무도 모른다.

피투성이가 된 채 아파트 주차장에 쓰러져 있었다는 말에 막연히 떨어졌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6시간이 넘도록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다.

아마 '정호만 남기고 죽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그를 살렸을 것이다.

수정씨만 그날 일을 알지만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다.

"엄마는 내가 세살 때, 아버지는 일곱살 때 우릴 떠났어요. 아버지는 지리산 어디에서 스님이 됐다네요. 누난 이제 내게 남은 전부예요. 꼭 일어설 수 있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진물이 나는 걸 막기 위해 욕창 방지용 기구를 사야 하고, 목 깁스도 해야 한다.

동네 슈퍼에서 외상으로 기저귀와 물티슈를 산 돈만 80만원이 넘는다.

최소한 수백만원이 필요하지만 막막할 뿐이다.

그나마 이들을 돌봐주던 고모 승학(53)씨도 6년 전부터 앓아온 대장암이 최근 도졌다.

"애들 아빠는 제 막내동생이에요. 말로 다 하기는 참 긴 사연인데, 애 아빠가 고등학생 때 수정이를 낳았고 또 3년 뒤엔 정호를 낳았어요. 그런데 이 두 아이의 엄마가 달라요." 동생의 실수는 승학씨에게 너무나 큰 짐으로 따라왔다.

원래 허약체질이던 그녀에게 철부지 아이들은 '엄마'라 부르며 따랐지만 결코 쉬운 삶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까지 당했다.

그래도 버텨보려고 했지만 암이 재발하면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곧 초음파 검사를 해요. 대장암일 가능성이 높대요. 내가 먼저 죽으면 이 어린 것들을 어떻게 해요?" 고모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도움을 호소했다.

옆에 있던 정호도 따라 울었다.

수정씨가 사고를 당한 뒤 의식불명 상태로 3개월이 지났을 때 의사들은 "가망이 없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깨어났다.

155cm에 48kg도 안 나가던 수정씨는 이제 60kg을 훌쩍 넘을 정도로 퉁퉁 부어있다.

정호는 행여 무슨 일이 생길까봐 밤마다 무서움에 떤다.

가슴이 찢어진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인 고모에게 매달 지급되는 32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천만다행으로 병원비 3천600여만원 중 본인 부담금은 600여만원 정도. 하지만 이들에겐 너무나 큰 돈이다.

"매일 '어버 어버'하며 무슨 말을 하려고 해요. 마치 동생을 혼자 두고 죽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고모는 자신의 병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발 수정이를 도와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아름다운 함께살기'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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