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 '유행어(流行語)'란 '그 시대나 사회에서 새로 생겨 널리 퍼져 쓰이는 말'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신어(新語)'에 포함된다는 풀이도 가능해진다. 유행어와 신어가 서로 포개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행어와 신어의 범주가 일치하지는 않는다. 요즘 세상에는 유행어가 끊임없이 명멸한다. 첨단 과학 등 학술 분야에서는 쉴새 없이 신어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 말들이 유행어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뒤집어 말하자면 모든 유행어가 신어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신어든 아니든 유행어는 어떤 사회적 이유로 크게 떠오른 낱말이나 구·절·문장임에 틀림없다. 대체로 그 수명이 길지는 않으나 그 일부는 세월의 풍화작용을 견디고 살아남아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무튼 그런 특별한 영예를 얻은 유행어든 하루살이처럼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경우이든 한 시대상과 풍속도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영화배우 배용준의 애칭인 '욘사마'가 올해 일본 최고의 유행어로 선정돼 화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7일자 발간 시사용어집 '지애조(知惠藏) 2005'의 간행에 맞춰 가진 '워드 오브 이어(word of year)' 조사에서 '욘사마'가 1위로 꼽혔다고 보도했다. 2위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 파업 움직임과 관련해 한 오너가 내뱉었던 '고작 선수 주제에'였다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욘사마' 때문에 18일부터 21일 사이의 도쿄-서울 항공편이 이미 지난 12일 동이 나버렸다고 보도했다. 19일 서울에서 열리는 청룡영화상 '핸드 프린팅' 행사에 배용준이 출연하는 데다 20~23일 한 백화점에서 열리는 사진전에도 그가 나타날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라니 가히 짐작이 가고 남는다. 더구나 지난 12일 시작된 그의 사진집 온라인 예약판매는 해당 서버가 다운되는 소동도 빚어졌다고 한다.
◎…말(言語)이란 사고(思考)의 집이다. 한 사회에서 널리 쓰이는 말은 그 사회의 총체적 사고 수준을 보여준다. 유행어는 고단한 현실을 대신할 환상을 찾는 보통사람들의 심리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욘사마'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부각된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제2, 제3의 '욘사마'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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