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리 가 본 뮤지컬'…슈퍼스타'공연

<공연 프리뷰>

록 음악으로 푼 예수의 일생.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연출 배해일)에 등장하는 예수는 지난 1971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신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부활하지 않는 데다 막달라 마리아라는 연인이 있는 이 예수는 기독교계에서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파격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슈퍼스타'는 국내 무대에도 자주 올라 우리에게 꽤 익숙한 작품. 하지만 그동안의 공연은 종교성을 짙게 가미하느라 원작의 파격적 내용과 실험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달랐다.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모습,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다, 여기에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향하는 예수를 향해 카메라맨과 기자들이 경쟁보도를 하는 풍경이나 라스베이거스 쇼를 연상케 하는 유다와 무희들의 춤까지. 제작사의 의도대로 파격적인 원작을 제대로 살린 느낌이다.

특히 '…슈퍼스타'의 생명력은 노래다.

다른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샤우트(내지르기) 창법과 폭넓은 음역, 헤비메탈에 가까운 고음 영역을 소화해 내야 하는 뮤지컬 넘버들은 웬만한 배우가 아니면 힘들기 때문. 이번 공연에 나서는 로커 박완규(예수), 폭넓은 음색의 가수 JK 김동욱(유다), 그리고 신인 배우 이연경(마리아) 등 주연급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만족할 만했다.

또 화려하지는 않지만 마치 세련된 그림을 감상하듯 절제된 감각의 무대세트와 매끄럽게 이어지는 장면 전환은 연출가 배해일을 비롯한 젊은 스태프들의 신선한 감각을 보여준 무대였다.

하지만 고도의 노래 실력이 요구되는 이 작품만의 특성 탓에 불가피한 주연급 배우들의 더블 캐스팅은 관객들의 불만을 사기 충분했다.

이날 공연 역시 유다 역으로 JK 김동욱 대신 이태희가 나섰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박완규와 더불어 예수 역에 캐스팅된 곽은태의 연기는 어떨지 궁금한 대목이다(대구공연 경우 첫회 공연에 김동욱, 마지막회 공연에 박완규가 나오지 않는다). 또 중성적이고 퇴폐적인 헤롯왕으로 나선 최주봉은 노래 실력도 그렇지만 공연을 갑자기 '악극' 수준으로 변모시키는 등 아쉬움이 컸다.

영국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대구공연은 내달 3일 대구시민회관 대강당 무대에 오른다.

3일 오후 7시30분, 4일 오후 4시·7시30분, 5일 오후 3시·6시30분. 문의 053)422-4224. 서울·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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