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농촌마을 '뇌물 괴담'

"밤새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별일 없지?"

고위간부 뇌물수수 혐의로 떠들썩한 봉화군의 아침은 안부를 묻고 동료들의 건재함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공무원과 건설업자간에 상당한 뒷거래가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되고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군청 업무용 전화는 물론 공직자들의 개인 휴대전화도 벨소리로 요란하다.

"모 고위간부가 인근 군에 차기 군수로 출마하려다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

일을 많이 하다보니 빚어진 오해다…." 등 주민들의 관심도 높다.

봉화군청의 한 공무원은 "고위간부의 근황과 사건진행에 관심이 있는 인사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온종일 사건과 관련된 전화로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역개발사업에 동참했던 업체들이 서류를 압수당했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혹시나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동종 업체와 건설업체와 가까이 지내던 지역인사들의 걱정도 만만찮다.

서류를 압수당한 모 건설업체는 "사무실을 압수당했다는 소문에 친구와 동료, 타 시·군에 있는 지인들까지 안부를 물어와 오해받을까 잠시 자리 비우기도 두렵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농촌마을에 뇌물사건의 충격으로 온갖 유언비어가 확대 재생산돼 많은 공직자들과 건전한 업체 관계자들에게까지 마음의 상처를 줄까 우려된다.

관심과 열정을 지역개발과 주민화합에 되돌리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할 때인 것 같다.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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