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는 인체의 가장 아름다운 모양새를 머리 길이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머리 길이의 7배 크기의 키를 가진 몸매, 말하자면 7등신을 최고로 꼽았다. 그러나 1세기후 역시 그리스인 조각가 리시포스는 7등신보다 8등신이 더 이상적인 미인상이라고 주장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후 이같은 수학적 비례법칙이 인체미를 측정하는 기본이 되어버렸다.
○...한국인의 체형이 점차 7~8등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구 공업진흥청)이 발표한 국민표준체위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등신지수는 남성 7.4, 여성 7.2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 7등신을 넘어 8등신 미인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이 조사가 처음 실시된 지난 1979년 남성 6.8등신, 여성 6.7등신과 비교하면 엄청난 급신장이다.
○...20대 남성의 경우 지난 1979년에 비해 평균키가 6㎝ 커진 173.2㎝, 여성은 4.6㎝커진 160.0㎝였다. 79년 당시 우리나라 20대 남녀의 평균키가 서양인에 비해 각각 10㎝ 이상 작았던 것이 25년만인 이번 조사결과 남성은 미국인보다 5.3㎝, 이탈리아인보다 1.3㎝ 작았고, 여성은 미국인보다 5.5㎝, 이탈리아인보다 1.9㎝ 작은 정도로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반면 머리 길이는 남녀 각각 1㎝정도 짧아졌다.
○...서구인들의 체형이 8등신에 가까울 정도로 큰 것은 식생활과 입식생활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동양에서도 중국인의 체형이 비교적 좋은 것은 의자를 이용해온 좌식생활을 해왔고, 일본인들의 체격이 왜소했던 것은 다다미식 앉은 생활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인은 그동안 여러 취약점을 잘 극복해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체형이 좋아졌다는 것이 체력 향상과는 무관한 것이 걱정스럽다.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생의 체력은 30년전 부모세대와는 말할 것도 없고 10년전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떨어졌다. 오래달리기의 평균기록이 지난 4년 사이 1분 가까이 늦어질만큼 허약해졌고 근시 학생은 10년 전에 비해 배 이상 많은 41.5%나 됐다. 허약한 미인들의 사회가 온전할 수 있을지, 특히 머리가 작아지면 생각조차 짧아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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