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논술특강②-해설

▶ 출제 의도 파악

정체성은 존재와 관계의 근본 문제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개성이란 말과 혼동될 수 있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개성은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성질을 가리킨다. 하지만 어떤 개인의 정체성이란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만 공통된 속성도 있는 복합체이기 때문이다.이를테면 여러분과 같은 고 3 학생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라. 한 학급의 고 3 학생 모두 나름대로의 정체성이 있지만 모두 고 3 이라는 것과 같은 학교 같은 학급에서 공부한다는 공통된 특징도 있다. 그러므로 서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단일한 성질로서의 정체성에서가 아니라 복합적인 정체성에 의해 얽매여 있다.

복합적인 측면을 좀더 단순하게 풀어보면 갈등 관계로 볼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그 개인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과 갈등을 겪게 마련이고 또 모든 개인과 집단은 변하지 않는 정체성과 변화는 정체성을 함께 지니는 역설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이러니 정체성은 늘 문제될 수밖에 없다. 정체성의 존재 자체는 분명하지만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체성에 대해 늘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의 정체성은 청소년이 미성년자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미성년자라는 말 자체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그에 따른 책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의 정체성이 성년의 정체성보다 미숙하다고 할 수 없다. 왜냐 하면 정체성이란 말 자체가 나름대로의 고유 의미이기 때문이다.

▶ 제시문 분석

논제의 파악은 제시문 분석을 통해 확고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제시문을 분석할 때는 단순 요약보다는 논제에 관련된 내용을 논리적 흐름에 따라 추려 내고 그것의 의미를 분석해 내는 일이 중요하다.

글 ㈎의 분석

⑴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규정된다.

⑵ 정체성은 두 가지 측면이 잇는데 하나는 예속화로서의 동일성이며 또 하나는 주 체화로서의 탈주이다.

⑶ 동일성의 경우는 사회적 규범과 같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규정되는 나와 변화하는 가변성으로서의 ??나??조차도 동일성으로 보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⑷ 주체화로서의 정체성은 기존의 모든 질서와 체계를 벗어나려는 욕망에서 나온다.

글 ㈏의 분석

⑴ 청소년들은 자의식이 강해 기존 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⑵ 사회 현실은 그런 욕망을 허용하지 않는다.

⑶ 그래서 청소년들은 부정적 자유를 꿈꾸거나 실천한다.

⑷ 그러한 개인의 부정적 자유는 파멸로 끝나게 된다.

글 ㈐의 분석

⑴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⑵ 청소년들 입장에서 보면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욕구를 실천하는 것뿐이다.

⑶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방황이 나쁘다고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요구한다.

⑷ 그러나 청소년들이 실제 책임질 일은 없다.

⑸ 청소년기는 자의식이 급격히 확대되는 시기인데 주어진 나와 진짜 나의 실체가 모호하다.

이렇게 보면 글 ㈎는 소극적인 또는 예속적인 동일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적극적인 주체화로서의 역동적 정체성이라는 두 측면을 논의한 것이다. 그러한 정체성의 양면성은 한 개인으로 보면 방황이나 갈등이 될 가능성이 많고 서로 다른 개인이나 개인과 집단 간에는 충돌이나 갈등 요인이 될 것이다. 글 ㈏에서는 역동적 주체화 측면을 부정적 자유라 일컫고 파멸을 강조함으로써 역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글 ㈐는 청소년들의 역동적 주체화를 방황으로 보고 책임을 요구하는 어른들의 고정 관념을 비판하고 있다. 다만 동일시로서의 정체성(주어진 나)과 역동적 주체화로서의 정체성의 모호함을 밝혀 청소년 정체성에 두 가지 측면이 공존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 논점 해결 방안의 모색 및 논거 찾기

어느 시기나 청소년 방황은 있었다지만 요즘 시기는 더욱 심한 듯하다. 우리 나라 청소년인 중고등 학생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 제도 때문에 그들 나름대로 정체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들 나름의 개성이나 꿈을 추구하는 정체성보다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인이 되기 위한 입시 준비생으로서의 정체성만이 그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는다면 먼저 예속적 정체성을 비판하면서 역동적 정체성을 어떻게 하면 살려나갈 것인가를 따져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예속적 정체성의 모순이나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대의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창의적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학교 규범이나 사회 제도에 충실하게 순응하는 학생은 정체성 형성에 오히려 방해가 된다. 그리고 청소년을 규정하는 여러 정체성은 청소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굴레일 뿐이다. 이를테면 학교 다니는 청소년은 머리를 짧게 깎아야 한다든가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은 모든 청소년을 획일적인 감시 체제에 가두려는 어른들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청소년의 방황이라는 것도 제시문 ㈐에서 지적했듯이 어른들의 입장에서 붙여 놓은 이름일 뿐이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삶과 이웃에 대한 갈등은 꼭 필요한 것이며 그런 갈들을 피할 수도 없다. 문제는 그런 갈등을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방법이다. 이러한 예속적 정체성의 비판을 바탕으로 역동적 주체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면 된다.

두 번째로 동일시로서의 역동적 주체성보다는 예속적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성년자로서의 청소년 정체성을 강조하고 역동적 정체성으로서의 청소년 일탈 문제, 그로 인한 사회적 심각성을 논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어느 한쪽만의 정체성을 강조하지 않고 두 측면을 모두 지지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모든 인간의 정체성은 다층적이고 다면적임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한 인간의 정체성일지라도 사회 규범틀에 따르는 모습도 있을 터이고 그 반대의 모습도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어떤 때 수용하고 어떤 때 배척하는지를 좀더 다양한 논거를 통해 논증하면 될 것이다.

청소년 정체성의 두 측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정적인 측면에의 소극적 정체성

⑴ 규범과 질서에 잘 적응하나 예속적이고 순응적일 수 있다.

⑵ 주어진 정체성에 만족한다.

⑶ 욕망보다는 이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⑷ 비창의적인 대신에 논리적일 수 있다.

동적인 측면에서 역동적 정체성

⑴ 창의성이 강하다.

⑵ 규범과 제도의 틀을 벗어나고자 한다.

⑶ 새로 만들어가거나 변화되는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⑷ 이성보다는 자유로운 욕망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⑸ 창의적이다.

논제는 정체성의 양면적 측면을 바탕으로 나머지 두 제시문의 분석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논술문을 작성할 때 첫째 단락에서 그런 흐름의 방향을 잡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체성의 측면을 주로 어느 쪽으로 설정하고 싶은지를 바탕으로 우리 나라 청소년 정체성 문제를 구체적으로 끌어와 적용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