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도 테마랜드

간이역 정취에 흠뻑 빠져…

몸도 마음도 모두 한(寒)기에 젖어 활력을 잃기 쉬운 때다. 특히 올 겨울은 불황의 장기화와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로 유난히 춥게 느껴진다. 삶이 힘들고 고단할 때 '상상 속의 기차여행'을 떠나보자.

신천대로를 타고 상동교 방향으로 끝까지 가면 청도로 가는 길이 나온다. 팔조령을 넘어 20분정도 직진하면 용암 온천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는 작은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언덕을 하나 넘자마자 오른쪽 편에 테마랜드가 나타난다.

이곳의 테마는 '기차'. 철로 변을 끼고 있어 기차를 타지 않고도 기차 여행의 운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테마랜드 안에도 철로가 놓여 있고 그 위로 버려진 퇴물 기차가 '생뚱'맞은 모습으로 폼을 잡고 있다. 철로 옆으로 늘어진 벤치와 나무 전봇대 등 70년대 청도역을 그대로 복원, 간이역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

특히 텅빈 기차칸은 사랑을 고백하기에 좋은 장소로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간이역 옆에는 프랑스 요리, 멕시칸 요리, 이태리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유럽풍의 레스토랑이 있어 입맛 또한 즐겁다.

간이역에서 언덕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붉은 황토와 너와 지붕으로 만들어진 카페가 나온다. 카페 안에 들어서면 진한 차향에 마음이 차분해 진다. 은은한 조명아래 통나무 테이블들이 가지런히 정열되어 있고 황토벽면에 걸린 수묵화. 풍경화. 전통소품들이 예전 사랑방의 아늑함을 가져다 준다.

마당에는 연인들에게 둘러싸인 모닥불이 겨울밤을 데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감자, 고구마 등을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다.

'애인 앞에서 힘 자랑을 하고 싶다'면 마당 한귀퉁이에 있는 장작을 패보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도끼와 장작 등이 구비돼 있다. 굳이 카페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널뛰기, 오리농장, 야외공연장. 향토 문학관 등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이곳에 와보니

"기차길 옆이라 너무 낭만적입니다. 데이트할 때는 역시 분위기가 최고 아닙니까" '결혼 5주년 기념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전병철(40.대구시 만촌동).권주영(35)씨 부부는 "테마랜드는 음악과 맛있는 음식, 낭만적 분위기의 삼박자를 갖춘 연인들을 위한 장소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테마랜드 너머로 간간이 들여오는 경부선 열차의 기적소리에 마음이 설렌다"는 부인 권씨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오리농장 뒤편의 오솔길, 10분 남짓한 산길을 남편과 다정히 손을 잡고 길을 걷다보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고.

볼거리가 많아 시간을 보내기가 좋을 뿐 아니라 식사와 후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즐겨 찾는 이유 중 하나.

특히 부부싸움 후에는 꼭 테마랜드를 찾는다. "모닥불 피워 놓고 마주 앉아서 밤새워 속깊은 얘기를 하다보면 눈 녹듯 마음이 풀립니다"

청도의 야트마한 산자락에 위치한 테마랜드.

모닥불이 겨울을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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