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해를 마감할 시간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보다는 흘러가는 세월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은 나이 60세를 넘기면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의 생애주기에서 60대는 '완전함'을 의미하는 시기이다.
일찍이 공자는 일생을 회고하며 자신의 학문 수양의 발전 과정에 대해《논어》'위정편(爲政篇)'에서 언급하면서 육십이이순(六十而耳順)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나이 육십에야 비로소 모든 것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독일 태생의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이 인간의 심리사회발달과정을 8단계로 기술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를 '통합성의 시기'로 보았다. 이 시기는 신체적, 사회적 상실에 직면하는 때이다. 신체적 노화에 적응해야 하고 배우자와 친구들의 죽음을 경험하며 직장으로부터 은퇴하면서 수입의 상실과 함께 사회에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이러한 갈등을 겪으면서 과거에 대한 회상으로 옮겨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나온 단계들의 경험을 토대로 최종적인 자아통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지나온 과거의 일들을 인정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자신의 장점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이 단계에서 인생의 참다운 지혜를 발견하고 죽음과 직면할 능력이 생기게 되지만, 자아통합에 실패할 경우에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도에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를 초과한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앞으로 2019년이면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초과하는 명실상부한 노령사회로 접어들 것을 예상하고 있다. 오늘날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평균 수명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2002년 생명표 작성결과'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남성의 평균 수명은 73.38세로 2001년의 72.84세에 비해 0.54년이, 1991년의 67.74세에 비해 5.64년이 높아졌다. 여성의 평균 수명은 80.44세로 전년도의 80.1세보다 0.43년, 1991년의 75.92세보다 4.52년이 각각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노인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노화현상은 신의 섭리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이다. 물론 자신의 신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심신을 단련함으로 인해서 보다 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사회가 이렇게 '젊어진 노인들'을 받아들이고 이들이 이 사회에서 적절하게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년기는 일생의 주기에서 원숙함이 완성되고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진정한 지혜가 완성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노인들에게는 이러한 지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인생의 원숙함에 다다른 우리사회의 노인들이 잠재된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그러한 사회를 진정으로 기대해 본다.
김희철(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정신과장)
댓글 많은 뉴스
[단독] 4대강 재자연화 외친 李 정부…낙동강 보 개방·철거 '빗장' 연다
李대통령, 24일 취임 후 첫 대구 방문…"재도약 길, 시민 목소리 듣는다"
李대통령, 24일 대구서 타운홀미팅…"다시 도약하는 길 모색"
나경원은 언니가 없는데…최혁진 "羅언니가 김충식에 내연녀 소개"
냉부해 논란 탓?…李 대통령 지지율 52.2%로 또 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