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의 끈질긴 노력으로 20여 년 전 헤어진 가족이 성탄절 날 이역만리 타국에서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청도경찰서 산서지구대 김대현(35) 경장은 지난 10일 순찰근무 중 우연히 김모(45·청도군 각남면)씨로부터 "미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e메일을 받았는데 19년 전 미국으로 입양간 김지강(30)씨가 부모와 두 동생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편지에는 김씨의 부모와 두 동생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 달리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e메일을 받아든 김 경장은 곧장 사무실로 달려가 컴퓨터 단말기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일러준 그의 부친과 이름이 같은 사람만 전국에 수백 명이 넘었다. 김 경장은 나이도 본적도 없는 상황에서 막막했다.
호적부와 제적부, 경찰전산망을 대조해가면서 가족관계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매달리기를 10여 일. 그러나 허사였다. 지강씨가 기억했던 부친의 이름이 틀렸기 때문.
김 경장은 너무 힘들어 수 차례나 중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원점에서부터 다시 가족찾기를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와 동생들과의 연결고리를 조사하고 지강씨의 외가 쪽도 짚어나갔다.
마침내 김 경장은 지강씨의 부친이 그가 기억하고 있던 '김병호'가 아닌 '김경호'란 사실을 밝혀내 지강씨의 일가친척 소재를 확인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어머니는 10여 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후였다. 올해 초 아버지와 두 남동생은 미국으로 이민했고, 그의 외삼촌은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지난 23일 외삼촌 김윤수(72)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강씨의 소식을 알렸다.
지강씨는 성탄절인 지난 25일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서 외삼촌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작은 외삼촌과 상봉했으며 조만간 부친과 두 동생과의 상봉을 앞두고 있다.
외삼촌 김씨는 "경찰관으로부터 잃어버린 조카의 소식을 듣고 미국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해 지강이를 만났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 올 크리스마스에 가장 소중하고 큰 선물을 전해준 경찰관이 진정한 산타클로스였다"고 울먹였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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