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코앞에 두고 대재앙으로 지구촌이 슬픔에 잠겨 있다. 어린 자식의 시신을 껴안은 부모들의 통곡이 그대로 우리의 슬픔이 된다. 한국인들도 수십 명이나 생사가 불투명하다. 삶과 죽음이 찰나에 갈림을 이번 지진해일 사태를 보면서 새삼 절감한다. 즐거운 여행길이 영영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이 될 줄 그 누군들 알았으랴.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들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서성거리고 있다.
아침에 웃는 얼굴로 집을 나선 사람들 중 수많은 사람들이 저녁엔 가족들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된다. 집에 돌아온 사람들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튿날 아침엔 집을 나서지 못하게 된다. 그러기에 초자연적 현상만 기적이 아니라 '오늘'을 별 탈없이 보낼 수 있는 그 자체가 기적이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이 지겹다고 투덜거리지만 그것이 축복이기도 한 셈이다.
훈련 중 순직한 군인의 아내가 남편이 못내 보고싶어 결국 이별 두 달여 만에 그 뒤를 따라갔다. 죽기 전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사부곡(思夫曲)이 애달프다. '그날 밤 그 산책이, 같이 먹던 그 야식이, 아침에 마주앉아 먹던 그 아침이 마지막이 될 줄'''.' 남편과 함께 있는 것 말고는 욕심내 본 것 없다는 그녀. 짧은 행복의 순간들을 추억으로 안고만 살아가기엔 등 뒤의 삶이 너무 무거웠나보다.
곧 영원 속으로 사라질 갑신년. 로또 대박의 행운은커녕 아슬아슬한(?) 주머니로 힘겹게 버텨왔어도, 자식이 일류대에 합격하진 못했어도, 남들처럼 쑥쑥 승진도 못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로지 감사해야 할 때가 아닐는지'''. '마지막이 된 추억'이 없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이유가 될 터이니.
사고로 온몸이 부서졌던 어떤 이가 왼손 하나만이라도 말짱했기에 밥 먹고 화장실 가는 일에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다며 감사해 하는 얘기를 들었다. '버릴수록 얻는다'는 현인들의 지혜까진 아니라도 손꼽아보면 '지금 내게 있는 것'도 결코 적지 않다. 많은 추억을 갖게 해준 2004년, 고마워 그리고 안녕!
전경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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