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홀몸 할머니 찾은 대구 이은종씨 가족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할머니, 또 들르겠습니다", "보래이, 이담에 올 땐 아무것도 사오지 마"

4일 밤 9시쯤. 전기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이은종(40)씨 가족은 대구시 중구 달성동에서 3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신귀분(81) 할머니와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운 듯했다.

하루일과가 끝난 오후 7시30분쯤 신 할머니를 방문한 이씨 가족은 1시간 30분가량 할머니 어깨도 주무르고 등을 긁어주기도 했다.

마치 3대가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30년 전 남편을 여의고 자식도 없이 홀로 달성동 일대 지하단칸방을 떠돈 신 할머니는 "생판 얼굴도 모르는 늙고 병든 나를 찾아주니 눈물이 나는구마"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달성동이 고향인 이은종씨는 "동네에서 신 할머니를 가끔 뵈었는데 이렇게 가족과 함께 오니 이웃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스레 느껴진다"고 했다.

이씨는 IMF외환위기때 일거리가 없어 홀로사는 노인들을 찾아 형광등을 갈아주며 전기를 손봐주기 시작한 길이 8년째로 접어들었다.

딸 인서(8)는 처음에 수줍어하다 할머니가 '용돈'하라며 1천 원을 건네자 이내 안마기로 무릎을 두드리는 등 재롱을 피웠다.

아내 박지영(36)씨는 "장애인과 환자한테 봉사할 때는 안타까움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는데 오늘은 친할머니 같은 분을 모시니 봉사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 가족과 신 할머니는 어느덧 가까워져 있었다.

신 할머니는 "혼자 있을 때는 테레비를 보면서 담배를 많이 피웠는데 오늘은 얼마 안 피웠다"며 "누가 찾아 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살아있는 거 같다"라고 고마워했다.

밤 9시가 지났지만 이씨 가족은 신 할머니를 혼자 두고 떠나기가 무척 아쉬운 듯했다.

이들 가족은 "할머니, 이제 자주 찾아뵙고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드릴게요"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