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해 4명의 정신지체장애인이 숨진 (주)시온글러브(칠곡군 가산면 학산리·대표 김원환)는 면장갑을 비롯해 천연고무 코팅장갑, PVC 코팅장갑, 폴리우레탄 장갑 등 다양한 산업용 장갑을 생산하는 장갑전문 제조업체다.
연간 매출액은 70억 원. 작년 말 5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으며 내년엔 1천만 달러 수출탑 수상이 예상되는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전 직원 217명 가운데 80명이 장애인들로 구성, 전국 최고의 장애인 고용 우수회사로 손꼽혀 왔다.
1992년 회사를 설립한 후 98년 3월 3명의 정신지체 장애인 채용을 시작으로 장애인들과의 인연을 맺었다.
이 회사 김원환(42) 대표는 장애 정도에 따라 맞는 일 자리에 적절히 배치하면 장애인들도 정상인들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장애인들에게 취업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교육을 통해 업무 성과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장애인에 맞는 기계도 개발했다.
"숨진 직원 4명의 목숨은 내 목숨과 바꾼 것과 같습니다.
책임을 지고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지요."
김 대표는 9일 직원들의 유해가 안치된 칠곡가톨릭병원 영안실에서 유족들을 위로했다.
평소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장난을 치는 등 친구처럼 지내온 김 사장은 목숨을 잃은 직원들을 떠올리며 애통해 했다.
화재 소식을 듣고 9일 아침 출근한 장애인 직원들은 자신들의 일터가 화마에 휩싸여 허물어진 것을 보고 울부짖었다.
스스로 "회사를 우리 힘으로 되살리자"며 다짐했다.
이 회사 조성해(53) 상무는 "장애인 직원을 채용한 초창기 시절엔 김 대표 부부가 장애인 직원들의 대소변 수발까지 해 왔다"고 전했다.
조 상무는 김 대표의 인간성에 감동해 자신의 장애아들 태희(23)씨를 이곳에 맡겨도 되겠다고 결심, 취업시키고 자신도 해오던 건축업을 접고 김 대표를 돕고 있다.
조 상무의 부인 이재희(51)씨도 공장에서 장애인 직원들의 빨래와 식사를 해 주며 뒷바라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취업 온 장애인들을 위해 기숙사를 마련했는데 이 곳이 화마에 휩싸여 엄청난 비극의 현장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나서 수출이 늘어나는 등 회사가 발전했다"며 "올해 13명의 장애인들을 더 고용할 예정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사진: 지난 8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4명의 정신지체 장애인이 숨진 (주)시온글러브의 평소 조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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