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떼아트르 분도 개관작 장두이의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

연극이 배우가 만들어내는 세계라는 점에서 모노드라마(1인극)는 연기자에게 있어 무척 매혹적인 장르이다.

동시에 배우의 사소한 실수나 난조가 연극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런 장르이기도 하다.

연극배우 장두이씨가 고(故) 추송웅이 한 시대를 휩쓸었던 대표적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지역 무대에 올린다.

소극장 떼아트르 분도의 개관작인 이번 공연은 죽기 전까지 1천 회 공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연극사의 기념비를 세운 '추송웅의 모노드라마'로 잘 알려진 작품. 자신을 위해 스스로 기획했고, 연출과 배우를 도맡아 쓰러져 가면서까지 공연했던 '빨간 피터의 고백'은 추송웅 그 자체였다.

그 벽을 뛰어넘기 위해 장두이는 제목을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카프카 작·장두이 연출)로 바꾸는 등 장두이식 버전으로 새롭게 각색해 선보인다.

프란츠 카프카의 원작인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이 작품은 밀림에서 잡혀와 서커스 스타가 된 원숭이 빨간 피터가 학술원 회원 앞에서 스스로의 인간화 과정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이 짙게 깔린 암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장씨는 여기에 현대적인 코드로 손질을 했다.

1시간 40분이라는 공연시간을 1시간으로 줄였고, 무거운 분위기는 노래와 춤 등의 버라이어티쇼를 가미해 대신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칫 어려운 소재를 원숭이의 시각을 통한 코믹코드로 재구성해 웃으면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추송웅의 피터가 흑백 시대였다면, 장두이의 피터는 화려한 컬러 시대인 셈이다.

개성 있는 연기자로, 뛰어난 연출가로 인정받고 있는 연극배우 장두이의 눈으로 본 인간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또 현대적인 코드와 우리 정서에 맞게 옷을 갈아입은 빨간 피터의 모습도 이번 공연의 관람 포인트. 28, 29일 오후 4시·7시 30분, 30일 오후 4시. 문의 053)426-5616.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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