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복은 아직 우리 곁에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오늘의 한'일 간 동해 국계는 안용복이 이룩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록 왕조와 양반이 독점했던 조선 사회의 오류 때문에 지금껏 역사의 그림자 속에 묻혀왔지만 안용복의 존재는 오늘날 반드시 재조명돼야 합니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소설집 '선택', '그 섬에 간 사람들'과 기업 다큐멘터리 '삼성을 2류라고 말할 수 있는 삼성맨', '3천리자전거에서 엔터프라이즈까지' 등을 발표한 김래주(44)씨가 소설 '대조선인 안용복'(늘푸른소나무)을 펴냈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인 1690년대 말 평민의 몸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건너가 에도막부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라는 국서를 받아낸 인물이다. 당시 조선 왕조는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울릉도 주민을 육지로 이주시키고 울릉도와 독도를 주기적으로 순찰하는 수토(搜討)정책을 펴고 있었다. 이 시기를 틈타 일본은 울릉도와 독도를 80년간이나 무단 점거했다. 이에 안용복은 평민의 몸으로 일본 서부의 시마네-돗토리현으로 건너가 막부와 외교적 담판을 벌여 분쟁이 거듭됐던 독도 문제를 명확하게 국서로 확인하는 놀라운 민간 외교를 이뤄냈다.
이 작품은 김씨가 각종 칼럼과 시나리오 작업을 병행하며 10년 가까이 한'일 관계의 역사를 추적한 결과다. 그는 안용복의 발자취를 좇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성호사설' 등 국내 기록을 뒤지고 부산 동래와 울릉도 전 지역, 일본 돗토리현과 시마네현 등 안용복의 과거 행적을 답사하길 거듭했다.
"안용복에 관한 국내 사료는 변변찮기 짝이 없습니다. 안용복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국민이 태반이죠. 바로 왕조 중심의 역사, 양반 중심 문화가 낳은 서글픔입니다. 안용복에 대한 기록은 일본 쪽에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에 남아 있는 사료와 옛 향토학자의 저술, 지역민의 구전 등 일본의 사료는 굉장히 구체적입니다."
소설에는 300년 전의 동래부,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용구, 답사를 통해 그린 울릉도와 독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또 안용복이 일본행에 나서게 되는 주변 상황과 일본의 에도막부가 안용복에게 국서를 써주기까지 일본의 사회적'역사적 배경이 작가적 상상력과 어우러진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다케시마(竹島: 독도의 일본 명칭)의 날'을 지정하는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시마네현 지방정부가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TV광고를 시작하는 등 독도를 넘보는 일본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듭되는 일본의 독도 망언을 감정적으로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논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조선인 안용복'은 독도를 둘러싼 역사적 진실을 되살리고 숨겨진 영웅을 알리는 첫 발자국입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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