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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이 좋다

조금은.

그래

조금은 어긋난 사람들,

밀려난 인생이.

아금바르게

또박거리지 않고

조금은 겁에 질린,

그래서 서글픈

좀 모자란 인생들이 좋다.

김지하 '병원'에서

대명동 계명대 극재미술관에서 김지하 시인의 묵란전시회가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분의 표연란(飄然蘭)이 바람에 길게 나부끼며 동시에 바람을 붙잡고 있었다.

그분의 시집 '유목과 은둔'을 펴본다.

'허름하고 허튼 것들이 이상하게 가엾다.

그래 행여 풀이 죽어 스스로 흩어져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묶는다'고 적어 두었다.

'귀퉁이에 서서 어색한 얼굴로 사랑이니, 인간성이니, 경우니, 예절이니, 떠듬거리며, 떠듬거리며, 오로지 생명만을 생각하는 병원이 좋다'고 했는데, 그 동안 걸어온 크나큰 노고의 길이 되돌아 보여 삼가 고개 숙인다.

큰 허공을 만난 것 같았다.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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