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네 커다란 검은 눈에는

슬픈 하늘이 비치고

그 하늘 속에 내가 있고나.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때로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을,

너와 더불어

오래 익히었구나.

김종길 '소'

다가오는 '청도 소싸움 축제'가 말해주듯, 우리 조상들은 오래 소와 더불어 살아왔다.

뒷산에 가서 종일 푸른 하늘을 보며 소를 먹이고, 바로 사랑방 옆에 외양간을 두어, 소죽을 아침저녁으로 끓여주고, 마당 한가운데 세워 시원하게 비질도 해 주었다.

그 큰 눈망울 굴리며, 순종하며, 일하며, 되새김질하며, 반성 사유하는 소의 모습에서 어리석음의 그 느림의 미학을 보아왔다.

'어리석음이 어찌하여 어진 것이 되느냐?' 그래 알겠다.

'지그시 눈을 감는 버릇'으로 늘상 요동치는 마음을 가라앉히면 바른 마음의 길이 보이는 것이리라. 눈 지그시 감는 버릇은, 실은 속도의 시대를 사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리라. 박정남(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