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전 포철회장의 보좌관 출신인 조용경(趙庸耿) 포스코건설 부사장은 남다른 취미가 있다.
매일매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꾸미고 관리하는 일이다.
2003년 개설한 홈페이지 '한송(寒松)'에는 조 부사장이 지난 2년간 올린 글 60여 편과 4년 전부터 취미로 찍기 시작한 야생화, 건설 수주를 위해 다녀왔던 외국의 자료사진들이 가득 들어있다.
조 부사장은 "그동안 써왔던 원고와 사진을 사장시키기가 아깝고 나 혼자만의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홈페이지 개설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홈페이지에는 뭔가 다른 냄새가 난다.
우선 홈페이지 이름을 '한송'이라고 지은 자체가 의미심장했다.
지금은 그의 '호(號)가 됐지만 '한송'이란 이름은 자신이 한때 경영했던 출판사 이름이었다.
지난 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의 불화로 박 전 회장이 정치적 망명객으로 떠돌아 다녔고 그 역시 포철에서 쫓겨나 궁여지책으로 출판사를 열었지만 박 전 회장의 글만 출판하는 것으로는 생계도 꾸리기가 어려웠던, 그런 시절이 묻어있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 TJ(박 전 회장 이니셜)를 모시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을 맞고 비를 맞더라도 의리를 지키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홈페이지 이름이 '한송'이 된 것도 지금은 기업인으로 변신했지만 그때를 잊지않겠다는 자기암시와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고 홈페이지가 과거의 '한(限)'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다.
작년 이란에 출장을 다녀온 뒤 올린 '삼성물산 사장님께'라는 글은 조회수가 1천2백 건을 넘었다.
당시 삼성물산 테헤란 지점장의 고객감동을 직접 체험한 후 올린 글로 고객감동 경영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보게 했다.
이 외에도 중국문제와 정치, 사회를 해부한 글들은 언론에 기고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또 그가 취미로 찍고 있는 야생화 사진이 가득 들어있다.
거물 정치인의 보좌관에서 건설업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의 이력과는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그의 야생화 사진들은 몇 차례 전시회에도 출품됐다.
그는 "홈페이지 개설 후 주말이나 여유시간에는 온통 이 일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좋아했던 골프와도 담을 쌓게 됐다"고 말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