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싱겁고 열없는 이야기 한번 들어보련? 옛날에 어떤 점쟁이가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면서 점을 쳐 주고 살았어. 그러다가 하루는 어느 시골 마을에 갔는데, 마침 어떤 집에서 식구들이 밤만 되면 자꾸 무서운 꿈을 꾼다고 걱정이 늘어졌더래. 그래서 이 점쟁이가 점괘를 딱 뽑아 보고는 한마디 했지.
"허허, 이 집에 액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으니 경을 읽어서 액을 물려야 되겠소."
이렇게 엄포를 턱 놓으니까 그 집 식구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살려 달라고 빌거든.
"아이고 복사님, 제발 그 액 좀 물려 주시오."
그래서 이 점쟁이가 그 집 액을 물려 주기로 하고 경 읽을 채비를 했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식구들을 다 불러 모은 다음에 한 마디 오금을 박았어.
"이제부터 반드시 내가 말하는 대로 잘 따라 해야 하오."
경 읽는데 딴소리를 하면 안 되니까, 뭐든지 시키는 대로 잘하라고 다짐을 받은 거야. 그래 놓고 큰 소리로 한마디 했어.
"어서 쌀 한 됫박을 내오너라."
그러면 냉큼 쌀 한 됫박을 퍼다가 상 위에 벌여 놓을 줄 알았지. 그런데 이 집 식구들 꼴 좀 보게. 꼼짝도 않고 서서 한 입으로 외는 듯이,
"어서 쌀 한 됫박을 내오너라."
하고 소리를 치지 뭐야. 말하는 대로 잘 따라 하랬더니, 말을 그대로 따라하라는 줄만 알고 그러는 거야.
점쟁이가 또,
"어서 베 한 필을 내놓아라."
하고 큰 소리로 외쳤더니, 또 온 식구가 한 입으로 외는 듯이,
"어서 베 한 필을 내놓아라."
하고 똑같이 외치는 거야. 점쟁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하는 대로 잘하랬지 누가 말을 따라하랬느냐?"
하니까, 식구들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
"말하는 대로 잘하랬지 누가 말을 따라하랬느냐?"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네. 이러니 원, 무슨 말을 더 해? 한 마디 더 했다가는 똑같은 소리 듣느라고 귀만 따가울 테니 말이야. 점쟁이가 그만 화가 잔뜩 나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다가 그만 문설주에 이마가 쿵하고 부딪혔어. 그랬더니 어쨌는지 알아? 온 식구가 점쟁이를 따라 이마를 문설주에 박느라고 아주 난리가 났어. 키 작은 아이들은 펄쩍 뛰어도 이마가 안 부딪히니까 아예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쿵쿵 박치기를 하고, 참 세상에 그런 난리가 없더래.
또, 점쟁이가 대문을 열고 나가다가 소똥을 밟고 미끄러졌더니 온 식구가 다 나와서 소똥에 미끄럼을 타는데, 늦게 나온 아이들은 소똥이 없어서 다른 데서 소똥을 가져다가 길에 얹어 놓고 미끄러지더래.
점쟁이가 부끄러워서 대문 밖 동아 넝쿨 속에 숨었더니 온 식구가 그 안에 따라 들어가는데, 넝쿨 속이 좁아서 아이들이 다 못 들어가니까 밖에서 엉엉 울거든. 그러니까 어른들이 아이들더러, "너희들은 얼른 뒷산에 올라가 칡넝쿨 속에라도 들어가거라." 하더라나.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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