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학교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일진회의 아류, 즉 '무늬만 일진회'라는 주장이 나왔다.취재진은 중학교 시절 '짱'으로 불리다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2명을 만났다. 이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후배들로부터 '대구지역 짱'으로 불린다.
▲'일진'은 스스로 '일진회'라 말하지 않는다
이들은 '일진회'라는 대구지역 전체 조직망은 존재하지 않으며 '알몸파티'나 '섹스머신' 등의 얘기는 뉴스를 통해 처음 접했다고 의아해 했다. 올해 동구 모 중학교를 졸업하고 인문계 고교에 입학한 이모(17)군과 김모(17)군은 키 184cm, 몸무게가 80kg이 넘는다. 둘 다 킥복싱을 했었고, 서로 다른 중학교를 다녔지만 '명성' 덕분에 중학교 2학년 시절 서로 알게 됐다. 학교를 대표하는 '싸움짱'이었지만 한 번도 싸워본 적은 없고, 오히려 같은 헬스클럽을 다니며 친해졌다.
"잘 생기고, 잘 놀고, 잘 싸우면 주위에서 '일진'이라고 불러줍니다. 일진은 조직을 결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불러주니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모임일 뿐이죠. 같이 싸움도 하고 노는 마음 맞는 대여섯 명의 무리, 많게는 10명 정도의 모임이 일명 '일진회'로 불리죠."
김군은 스스로 일진이라고 말해본 적은 없다. XX학교하면 '누구누구'라고 떠올리는 것이 싸움짱을 뜻하는 일진일 뿐. 그 학교의 일진에 대해서는 적어도 이름은 알고 있고 만나서 누구의 '파워'가 더 센지 가끔 겨룰 때도 있다.
"중학교 때 수성구의 2개 중학교가 서로 싸우다 한 곳이 졌는데, 우리 학교에 도움을 요청해서 도와줬어요. 주위에서는 그것을 '연합'이라고 부르더군요. 하지만 '연합파'란 그저 서로 친한 학교의 일진을 뜻하는 것일 뿐 조직체계나 상납구조같은 것은 없습니다." 일진이라고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지만 동료 학생을 괴롭히거나 돈을 뜯어내는 짓은 하지 않는다 한다. 일진이란 명성을 더럽힌다는 이유다.
▲채팅사이트에 '일진'이 있다(?)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대구지역 각 학교의 일진 프로필이 나와 있다. '클럽찾기'에서 학교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약 5~10명 정도의 증명사진과 프로필이 메인화면에 뜬다. 이것이 바로 일진회 커뮤니티다.
이군은 "인터넷에 떠있는 사진의 나열 순서가 바로 서열을 뜻하고, 어느 학교엔 누가 잘 논다는 홍보효과를 갖고 있다"며 "근처 여학교 클럽을 방문해서 '단체 미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어느 학교의 누가 센지 또 어떻게 생겼는지를 확인하는 용도로 쓰인다"고 말했다.
'일일호프' 나 '일일찻집'은 돈이 많이 들고 너무 드러나기 때문에 엄두도 못낸다. 이런 행사를 빌미로 덩치가 작고 힘없는 학생들에게 돈을 뜯고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은 엄밀히 말해 가짜 일진이라는 것. 일진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호가호위(狐假虎威)'형이다.
김군은 "각 학교마다 일진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일부 질 나쁜 아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졸업한 선배에게 돈을 상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특별히 친한 선배의 여자 친구와 100일 기념 파티나 생일을 챙겨줄 때 용돈을 모아주는 정도일 뿐"이라고 했다.
▲일진은 스쳐가는 또래문화일 뿐
이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잘나가는 3학년 선배들로부터 친하게 지내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하지만 선배들이 졸업하고 자신이 선배가 되었을 땐 자신도 모르게 일진 짱이 돼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지금 그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코웃음이 날 뿐이라고 했다.
"어딜가도 또래 사이에선 제 이름을 아는 거예요. 학교 복도를 걸어가도 모두 힐끔힐끔거리고 채팅사이트에도 제 이름이 거론되고. 그걸 즐겼던 겁니다. 우쭐했던 거죠."
김군은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일진회'는 대구지역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고, 체계적인 조직망은커녕 연합파도 없다"고 했다. "적어도 대구에선 알몸파티, 섹스머신 따위는 없습니다. 최대 일탈이라고 해봤자 대학교 인근 호프집에서 술 마시고 얼굴 빨개지는 정도죠."
이군도 "고등학생만 돼도 일진이랍시고 어깨에 힘주고 어울려다니는 게 시들시들해진다"며 "적어도 대구에서 정작 문제는 일진회가 아니라, 형체도 없는 일진회 핑계대면서 학생들에게 돈을 뺏고 폭력을 휘두르는 '2진 성격'의 문제아 그룹들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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