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미국식 '무술테마파크' 조성 논란

15일 경주시청 회의실에서는 다음달 경주에서 열리는 ATA(미국태권도협회)태권도 월드챔피언십 대회 홍보를 위한 이순호 ATA 총재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주제는 대회홍보였지만 참석자들의 관심은 이 총재가 추진중인 전통무술테마파크에 집중됐다.

무술테마파크는 태권도공원 유치에서 '물먹은' 경주시가 내놓은 대안으로, 이 총재가 ATA 자본과 해외자본을 유치해 200여만 평 부지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거대 프로젝트다.

이 총재는 "정부차원에서 조성하는 태권도공원보다는 태권도인들이 성지(聖地)인 경주에서 만드는 무술테마파크가 더 정당성과 대표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자유치를 위해 경주에서 열리는 ATA 대회가 성공을 거두어야 하고 이를 위해 경주시 등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ATA측의 상업성에 대해 "ATA는 수익성을 전제로 움직이는 조직"이라며 상업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대목이 경주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무술테마파크 조성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으로 갔던 백상승 시장 등 경주시 대표단은 '조성에 원칙적 합의' 등의 뉘앙스를 풍겼으나 최근 들어서는 주춤하는 양상이 확연하다.

경주시의 한 관계자도 "ATA의 지나친 상업성이 우려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우리 시의 판단"이라며 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 측은 40여 년간 미국에서 생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방식이 '아메리칸 스타일'임을 강조했고, 상업성을 우려하며 당초와 달리 자세가 신중해진 경주시 측은 "한국적 정서로는 뭔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한국적 사고'를 내비쳤다.

태권도공원 때문에 멍들고 지친 경주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놓았던 전통무술테마파크에 대해 '아메리칸 스타일'이 됐든 '한국식'이 됐든 확실한 그림을 경주시가 내놓을 때가 된 것 같다.

많은 시민들이 더 이상 헛물켜서는 안 된다.

박정출·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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