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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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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포어 지음/말글빛냄 펴냄

흔히 축구 경기를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부른다. 단일 스포츠로 전 세계인을 환호와 열광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힘을 가진 몇 안 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몇 년 전 안방에서 축구의 위력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길거리를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애국심에 고취돼 목청이 터져라 외쳤던 그때의 그 함성이 눈에 선하니 말이다.

기록 경신과 신기록 수립이라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아닌, 패스와 드리블 그리고 득점이라는 아주 간단한 규칙만을 가지고 있는 축구의 어떤 면이 전 인류를 그처럼 황홀감 속으로 몰아넣는 것일까? 축구에 대해 사회학적 시각으로 접근하여 세계화와 정치, 문화의 영역을 넘나드는 축구의 막강한 영향력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축구광이면서 저널리스트인 프랭클린 포어 기자가 쓴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축구를 보고 즐기는 오락적인 스포츠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법한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독자들에게 어떤 식으로 축구에 접근해야 서로 다른 사회와 그들의 문화적 태도를 폭넓게 볼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또한 축구는 오늘날 세계가 대립하고 있는 문화 전쟁의 양상을 들여다보게 해 주는 완벽한 창구이자, 사회 계층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신한다." 저자는 풍부한 자료와 취재를 통해 역사와 국가경제, 민족문제, 성, 인종, 종파 등 갈등의 소지가 있는 모든 곳의 핵심에 축구가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생생한 이야기들, 이를테면 축구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펼쳐나가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과 밝혀지지 않은 역사상의 많은 축구 이슈를 찾아내기 위해 유럽에서 시작해 남아메리카까지 넘나든 저자의 끈질긴 노력은 축구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충분하다.

게다가 각국의 대표선수, 감독, 광신적인 팬과의 인터뷰를 비롯해 경기 뒷이야기와 에피소드, 해프닝 등이 곳곳에 실려있어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책이 유럽과 남미 축구에만 한정돼 있어 불쾌감을 느낄 국내 축구팬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352쪽, 1만5천원.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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