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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찾은 서예가 진학종씨 초.서.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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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는 선과 여백이 어우러진, 글씨이자 예술입니다.

"

독창적인 취운체(翠雲體)를 개발해 '한중일 동양 3국 최후의 초서(草書)'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취운 진학종(82)씨가 23일부터 2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열리는 병풍전을 앞두고 대구를 찾았다.

초서는 내로라 하는 서예가들도 어렵다고 꼽는 글씨체. 그 중에서도 취운체는 말뚝을 땅에 힘껏 박을 때 쥐는 방식인 악필(握筆)로, 특유의 리듬감이 살아 있다.

"해서가 앉은 글씨, 행서가 걷는 글씨라면 초서는 달음질치는 글씨로 서예의 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 글자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詩)와 마찬가지죠. 그만큼 최소한의 획으로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창출해내는 글씨체입니다.

"

초서를 쓰기 위해선 붓을 한 번 먹에 적시면 한 번에 써내려 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내용이 머리 속에 훤히 암기돼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 수만 번 연습한 결과 진씨는 210자나 되는 굴언의 '어부사'를 단 25분 만에 써내려간다.

60년 동안 초서만을 써온 그이지만 1년 365일 벼루에 먹이 마를 날이 없다

초서는 누가 가르쳐줄 수도, 배울 수도 없는 만큼 혼자만의 인내심과 오랜 연구, 선천적 소질이 어우러져야 한다.

때문에 진씨는 한 트럭 이상 분량의 자료를 통해 초서를 연구해왔다.

이를 두고 진씨는 "초서 귀신이 붙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하지만 요즘엔 초서를 쓰는 사람이 줄어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진씨는 "초서는 도연명과 소동파 같은 학자들이 쓴 원문 속에 그 원형을 둔 족보 있는 글씨인데, 쓰기 어려운 글씨라고 이를 꺼리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시문학의 보고인 고문진보(古文眞寶)에 실린 굴원의 '어부사', 제갈공명의 '출사표', 소동파의 '전 적벽부' 등 초서로 쓴 병풍 10여 점과 현판, 족자 등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구는 서원도 많고 전통적으로 한학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수준 높은 한학의 본고장에서 초서를 선보여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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