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떡 사서 혼자 먹기

오늘은 정수동이 이야기를 하나 하지. 옛날에 정수동이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말이야, 이 사람은 익살꾼인데다가 장난을 좋아해서 늘 일을 만들고 다녔단다.

하루는 정수동이가 여러 장사꾼들과 함께 길동무를 해서 먼 길을 가게 됐어. 한참 가다가 떡장수를 만났지. 때는 얼추 한나절이 기울어 모두들 배가 출출할 때거든. 그러니까 누구든지 떡을 사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 아니야? 그런데, 아무도 선뜻 못 사 먹어. 우물쭈물하면서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거야. 왜냐고? 아, 여러 사람 있는 데서 혼자 떡을 사 먹자니 눈치 보이고, 그렇다고 여러 사람 몫까지 다 사서 나누어 먹자니 돈이 아깝고, 그래서 그런 거지.

정수동이도 떡을 사 먹고 싶어서 슬그머니 주머니를 뒤져봤더니, 애걔, 고작 떡 네댓 개 살 돈밖에 없네. 돈만 많으면 자기가 떡을 사서 여러 사람들한테 죽 돌릴 텐데, 돈이 없으니 입맛만 다셔야지 별 수가 있나?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함께 가던 장사꾼들이 은근히 얄밉거든. 저희들은 장사를 하느라고 돈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 남한테 떡 사 주기가 싫어서 꼽꼽쟁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일이 이쯤 됐는데 잠자코 구경만 하고 있을 정수동이가 아니지. 얼른 꾀를 하나 내 가지고 길동무들한테 슬슬 수작을 걸었어.

"여보시오들, 나하고 내기 하나 안 하시려오?"

"내기라니, 무슨 내기?"

본래 욕심 많은 사람들인지라 내기라면 귀가 번쩍 띄지.

"저 떡장수 목판을 한번 보시오. 떡이 가득 들어있지요? 저걸 나 혼자서 한참에 다 먹어치운다면 어쩌겠소?"

"뭐라고? 저 많은 떡을 혼자서 한참에 다 먹어치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커다란 목판에 가득 찬 떡을 보고는 모두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지.

"그러니까 내기를 하자는 것 아니오? 만약에 내가 저걸 다 먹어치우면 당신네들이 떡값을 다 물고, 만약에 다 못 먹으면 떡값은 나 혼자서 다 물지요. 어떻소?"

"좋소. 어디 한번 해 봅시다. 당신이 저걸 다 먹기만 하면 떡값은 우리가 내지. 하지만 다 못 먹으면 떡값은 당신 혼자서 다 물어야 하오."

이렇게 해서 내기가 시작됐어. 정수동이가 떡장수 목판 앞에 서서 태연하게 떡을 집어먹는데, 애당초 내기에 이길 마음이 없었으니 많이나 먹나? 가진 돈만큼 먹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네 개를 먹고 나서 슬쩍 물러앉는 거야.

"아이고, 더는 못 먹겠는걸."

그러니 둘러섰던 사람들이 다 혀를 끌끌 차지.

"쯧쯧쯧, 기껏 네 개 먹었단 말이지? 이제 내기에서 졌으니 떡값은 당신 혼자 무는 거요."

그거야 처음부터 그러자고 한 일인데 마달 리 있나?

"여부가 있소? 내고말고요."

이렇게 해서 정수동이가 제 돈 주고 떡을 사서 혼자 먹었다는 거야. 그것도 눈치코치 볼 것 없이 여러 사람 보는 앞에서 아주 느긋하게 먹었다는 이야기지.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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