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6)영화 '러브 액츄얼리' 무대

영화를 보면 가끔씩 유럽의 어느 낯익은 곳들이 등장할 때가 있다. 잠깐 스쳐가는 영화 속 장면들이지만 그 모습들이 눈에 어리면 지금 그곳에 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영화 속 숨은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 잠시나마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본다면 어떨까.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장소를 내가 먼저 알아본다면…. 마치 영화 '아멜리에'에서 주인공이 벽장 속에서 누군가의 작은 추억 상자를 우연히 발견한 기분일 거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런던은 언제나 영화의 단골 무대이다. 우리에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 영화 '노팅힐'과 '브릿지존스의 일기', 그리고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최근엔 '이프 온리' 등이 모두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2003년 겨울 우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영화이다. 10쌍의 다양한 사랑방정식을 그린 영화로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크리스마스까지의 런던 모습을 배경으로 한다. 그들의 솔직담백한 사랑을 따라 로맨틱한 도시 런던을 거닐었다.

첫 도착한 곳은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 영화 '러브 액츄얼리'는 이곳 히드로 공항에서 연인들과 가족들이 포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히드로 공항은 영화 시작의 무대가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기도 한다. 이곳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유럽이라는 낯선 내음이 온몸에 전해진다. 우리와는 다른 생김새, 다른 풍경 등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 낯섦조차 반갑게 느껴진다.

지하철 센트럴 라인을 타고 옥스퍼드 서커스역에 내리면 행인들과 이층버스로 가득한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쇼핑의 거리답게 많은 상점들과 백화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내가 찾은 곳은 으리으리한 규모의 셀프리지 백화점. 마치 화려한 박물관 같아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외형으로 봐서는 백화점이라곤 생각지 못할 만큼 고풍스럽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주인공 해리가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줄 선물을 사던 백화점이다. '미스터 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로완 앳킨슨이 능청스레 연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는 해리가 아내에게 들키기 전에 포장해야 하는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원은 온갖 포장 장식으로 치장해 해리를 당황케 한다. 그 장면은 또 다른 주인공 휴 그랜트의 멋진 춤에 이어 가장 재미있던 장면이다.

또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는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배우 휴 그랜트가 영국총리가 되어 등장한다. 여비서와 용감한(?) 사랑을 나누는 역을 맡은 휴 그랜트가 있던 곳이 바로 영국 총리 관저이다.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 위치한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총리 관저로 알려져 있기보다 오히려 NO.1 Downing street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은 무려 1868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백악관이나 청와대 등과 달리 최고 지도자가 거주하고 있는 곳치고는 외형이 무척이나 소박하다. 총리 관저라는 것을 모르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것 같다.

관광지로 그다지 유명하진 않지만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봤다면, 그리고 영화에서 휴 그랜트의 멋진 춤을 기억한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휴 그랜트가 온 집을 누비며 춤을 추다가 비서에게 딱 걸린 모습은 아직도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듯 영화에서는 총리의 모습이 무척 인간적으로 그려졌다.

영화를 보고 예상은 했지만 그 앞은 역시 굳게 닫혀 있다. 경찰들이 그 앞을 근엄하게 지키고 있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 수 있다. 가끔 TV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손을 흔들며 나오기도 하는 곳이다. '혹시 블레어 총리를 볼 수 있을까'하는 막연한 기대에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마냥 그 앞을 서성거리는 내 자신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관광객들 모두 철창문 사이를 들여다본다. 그들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진 것일까. 상상했던 곳보다는 작고 아담하지만 영화 속 배경이었기 때문인지 기억에 몹시 남는다.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영화 속 장면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관광객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멋진 복장을 걸치고 부동자세로 서있는 근위병들을 보기 위해서다. 관광객들은 저마다 근위병 옆에서 어색하게 사진을 찍기도 한다. 눈동자만 돌리고 있는 근위병의 모습이 재밌기도 하지만 약간 미안한 생각도 든다. 동상이 된 기분이지 않을까. 말을 타고 지키고 있는 근위병들의 모습도 볼거리이다. 신기하게도 말 또한 근위병들처럼 움직임이 많지 않다. 장난기 많은 꼬마들은 말을 한번씩 쓰다듬기도 한다. 이곳 근위병들은 마치 연예인이 된 듯 관광객들의 관심을 끈다.

영화에서 "Love actually is all around(사랑은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라고 했다. 영화처럼 런던은 아주 낭만적인 곳이다. 세련되고 우아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기도 한다. 그런 양면성이 더욱 매력으로 다가온다. 전 세계인들이 이곳을 관광하고 또다시 찾는 이유를 짐짓 알 것 같다. 런던을 떠나는 마지막 밤이 더욱더 짧게 느껴진다.

박지혜(대구가톨릭대 조형정보디자인과 4학년)

사진: 1.영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셀프리지 백화점의 모습. 마치 박물관처럼 웅장하다. 2.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영국 수상역을 맡은 배우 휴 그랜트가 머물던 수상관저의 모습. 일반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게 무척 아쉽다. 3. 셀프리지 백화점의 내부.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배우 로완 앳킨슨이 등장해 능청스런 연기를 펼치던 곳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