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까지만 해도 결핵은 죽음의 질병이었다. 창백한 얼굴에 각혈을 하면서 숨져 가는 인텔리나 가난한 사람의 모습은 소설이나 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였다. 그런 결핵에 대한 두려움이 없진 지는 불과 20여 년 정도다. 경제 발전으로 생활 환경이 개선되고 영양 섭취가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가 갈수록 보다 강력한 항생제가 개발돼 웬만한 결핵균은 퇴치해낸 덕분이다.
◇ 그러나 결핵균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방심한 사이 2001년 이후 계속 줄어들던 결핵 환자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시시스템 집계 결과 지난해 새로 발생한 결핵 환자는 3만1천503명으로 2003년 3만687명에 비해 2.7%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발병자 중 20, 30대 젊은 환자가 전체의 37.5%로, 매년 감소추세이긴 해도 가장 높은 감염률을 나타냈다.
◇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은 2003년 3천331명으로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11위를 차지했다. 결코 무섭지 않은 질병이 아니다. 소득의 증가와 의약품의 발달에 자만하고 멋을 부리고 있는 사이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최고의 국가가 됐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자가 미국 5명, 영국 12명, 일본 33명인데 비해 한국은 무려 91명이나 된다.
◇ 결핵은 가난해서 잘 먹지 못하고 위생 환경이 불결한 후진국에서나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거기에 빗댄다면 한국은 후진국이다. 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가 금방이라도 오는 것처럼, 웰빙에 목숨 걸 듯 사는데도 그렇다. 히포크라테스가 유전설을 주장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공기 전염설을 주장했을 정도로 고래로부터 인류 공적이었던 결핵은 허세 앞세운 국민들에겐 결코 간단치 않다.
◇ 결핵 예방법은 어릴 때 BCG 예방접종이 필수적이고 BCG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청소년기부터는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고 개인 위생과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발병자의 90%가 공기를 통해 결핵균을 전파할 수 있는 '활동성 폐결핵' 환자였다. 허장성세 속에 무서운 병균이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체력 보강 없이 외교적 허장성세만 일삼다 보면 국가의 장래도 결핵과 같은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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