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7시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첫 소식은….' 회사원 김모씨의 하루는 DMB와 함께 시작된다. 전날 예약 시청 기능을 설정한 DMB폰에서 흘러나오는 아침뉴스 소리에 잠에서 깬 그는 오전 중에 있을 회의 자료를 무선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하고, 화상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점심 약속을 재확인한다. 또 막히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DMB폰으로 영어 교육방송을 시청한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하는 김씨. 회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출발 시간이 30분이나 늦었지만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DMB폰에서 교통정보를 확인하면서 막히지 않는 길을 찾아 최대한 빨리 이동할 수 있기 때문. 김씨는 24시간 방송되는 재즈 전문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나른한 오후를 달래고 DMB폰으로 홈쇼핑 방송에서 아내의 생일 선물을 고른 뒤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주문형비디오(VOD)로 즐기며 퇴근길의 지루함을 쫓는다.
'내 손안의 TV' 시대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 방송위원회가 28일 지상파 DMB 사업자로 6개 업체를 선정함에 따라 이르면 6월쯤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는 걸어다니거나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휴대전화나 전용 단말기 등을 통해 CD 수준의 음질과 데이터,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방송을 말한다. 이동수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 통신이 가능하다.
DMB는 전송 방식의 차이에 따라 지상파와 위성DMB로 나뉜다. 지상파DMB가 서울 인근 관악산 송신소에서 전파를 송출하는 데 비해 위성DMB는 대기권 밖 인공위성을 이용해 방송한다. 지상파DMB는 일단 수도권을 방송권역으로 삼지만 위성 DMB는 전국에서 시청할 수 있다. 지상파DMB는 현재 TV나 라디오 방송처럼 가입 절차가 필요 없으며 수신료 없이 무료로 서비스된다. 반면 위성DMB는 가입비 2만 원과 월 1만3천 원의 이용료를 내야 볼 수 있다. 한편, 이번에 선정된 사업자들의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지역이며 그 외 지역의 지상파DMB사업자는 내년에 주파수가 확보되는 대로 광역시를 중심으로 5, 6개의 사업권역으로 전국을 나눈 뒤 한 권역에서 3개의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지상파DMB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시청자들의 생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게 된다. 일단 드라마와 스포츠 경기를 보기 위해 서둘러 귀가하는 풍경 대신 차 안이나 대중교통에서 TV를 보는 모습이 자리 잡게 된다. 학생들은 학원 어학강의를 이동 중에 시청하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또 '듣는 라디오 시대'에서 '보는 라디오 시대'가 열린다. DMB의 라디오는 기존 라디오와 달리 슬라이드로 된 간단한 영상까지도 얹을 수 있다. 주요 사업자들이 라디오채널에 음악 관련 채널을 집중 배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DMB는 이동수신이 가능할 뿐 아니라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와 쌍방향이 가능하다. 보고 싶은 방송을 주문해 보면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TV 화면으로 은행 업무도 볼 수 있게 되는 것. 서비스 중인 방송에서 노래 제목이나 가사 등을 자막이나 사진으로 볼 수 있고 뉴스 날씨 주식 등의 정보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재해·기상정보 송수신이 가능해져 수해나 비상사태시 대처가 훨씬 수월하게 된다.
DMB 시대에는 5~10분 분량의 프로그램이 쏟아질 전망이다. 시청자들의 생활 동선을 감안해 프로그램의 호흡을 짧게 하기 때문. 5분짜리 영화나 연극, 음악 등을 통해 뜨는 DMB스타도 나올 수 있다. 동시에 풍부한 방송 콘텐츠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드라마의 경우 공중파TV에서 제작하되 스토리는 전혀 다르게 구성할 수 있다. 제작단계에서 해피엔딩과 비극적 결말 두 가지 버전을 준비하고 하나는 공중파 방송에, 다른 하나는 DMB로 방영하는 것이다. 같은 출연진, 같은 제목으로 아예 전혀 다른 스토리로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화를 DMB와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일도 시작된다. 해외에 우리 콘텐츠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DMB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는 힘이 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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