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7)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무대

아름다운 영화에는 꼭 수려한 배경이 따라나오기 마련이다. 영화만큼이나 배경이 인상적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뭐니뭐니해도 '도레미'송이 떠오를 거다. 어릴 적 영화를 보고 난 후 참새 입술로 어설프게 '도레미' 송을 따라 부르곤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아직도 한번씩 흥얼거릴 때가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어설픈 영어는 마찬가지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견습수녀 마리아가 트랩 대령의 가정 교사로 부임하면서 그들의 가족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엮은 뮤지컬 영화지만 막상 내용보다 영화 속 배경이 되었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그림 같은 모습이 더욱더 가슴에 남아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숨쉬고 있는 잘츠부르크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 9일 브뤼셀에서 뮌헨으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다. 뮌헨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 잠에 아직 익숙한 몸을 억지로 추슬러 기차에서 내렸다. 막 눈이 내린 뮌헨은 몹시도 쌀쌀했다. 목적지인 잘츠부르크는 뮌헨에서 빈까지 자동차로 2시간, 빈에서 3시간 30분가량이나 걸리는 만만찮은 거리다. 아름다운 풍경을 본다는 설렘에 다시 한번 지친 몸을 추스렸다.

춘삼월인데도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차창 밖은 온통 하얀 이불을 덮어놓은 듯 눈세상이다. 가난한 배낭여행객이라 하얀 눈마저 생크림같이 달콤해 보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한 편으로 잘츠부르크는 여행객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광지가 되었다.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라는 개별 관광상품이 있을 만큼 영화가 이 작은 도시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수십 년이 더 지나서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를 찾으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잘츠부르크는 사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전에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고향이기도 한 낭만적인 도시다. 도시 곳곳에는 중세풍의 뾰족한 첨탑들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 한편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지명인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산'이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소금이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했다 한다.

이것저것 생각에 잠기다보니 어느새 잘츠부르크역. 역에 나와보니 이곳 역시 눈세상이다. 곧장 영화의 무대가 되었던 미라벨 정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역에서 20분가량을 걸어가니 아름드리 나무들이 늘어선 아담한 공원이 나타났다. 한적했던 거리에 서서히 관광객들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내 다다른 미라벨 정원. 정원의 문과 동상들을 보자 영화 속 장면과 오버랩이 되어 '바로 여기였구나'하고 절로 탄성이 나왔다. 영화 속에서는 활짝 펼쳐진 작은 철문으로 견습수녀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며 분수를 돌아 문을 다시 나오는 장면이지만 실제는 굳게 닫혀 있다. 그렇지만 문틈 사이로 빠끔히 보이는 정원은 여전히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영화 속 알록달록 만발한 꽃들과 새파란 잔디 대신 눈꽃이 하얀 카펫처럼 깔려 있을 뿐 영화 속 배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1690년 에를라흐에 의해 지어진 미라벨 정원은 1818년 화재로 한 차례 파괴되었다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이곳에서 저 멀리 보이는 호엔 잘츠부르크성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지금은 눈이 내려 잘츠부르크성의 형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도착하기 전에는 정원 안 파란 잔디와 아름다운 꽃들을 상상하고 무척 설레했는데 막상 눈이 덮여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 정교한 청동조각의 패가수스 분수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눈이 덮여 분수라고 하기는 좀 뭣하지만 그래도 하얀색 정원과 제법 잘 어울린다. 조용한 정원 사이로 하나둘 발길을 옮기며 나지막이 '도레미' 송을 흥얼거려본다. 영화 속 마리아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는 아니지만….

신시가에서 구시가까지 걸어오며 지켜본 잘츠부르크는 중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역시 아름답구나'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호엔 잘츠부르크성과 영화 속에서 펼쳐진 첨탑들이 마치 엽서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간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창조물인 짤자흐강의 모습과 그 뒤로 보이는 알프스산 등 잘츠부르크의 모든 것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또 다른 주인공인 것 같다. 저 멀리서 울리는 종소리가 삽시간에 도시 전체에 울린다. 마치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귓가에 맴돌며 포근한 여운을 남긴다.

박지혜(대구가톨릭대 조형정보디자인과 4학년)

사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미라벨 정원. 영화에서와는 달리 굳게 닫혀 있다. 철문 뒤로 패가수스 동상과 정원이 보인다. (사진 위쪽)트랩 가족들이 나치를 피해 숨어있던 장면을 찍은 피터교회.(사진 오른쪽) 잘츠부르크를 관광시켜주는 마차. 중세적인 분위기의 성들과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