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물이 오르고 봄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3월도 이젠 끝자락으로 달리고 있다. 얼마전 한국관광공사는 3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연인과 떠나는 감동여행-충남 서천'을 선정했다. 서천을 왜 하필 '연인과 떠나는 여행'이라 했을까. 그건 분명 신성리 갈대밭의 정취를 두고 한 말일거라고 느껴졌다.
지난 2월말 우리 가족을 비롯 가까운 이웃 네가족은 아이들에게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추억이 될 만한 곳을 생각하다가 우리나라 4대 갈대밭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충남 서천의 신성리 갈대밭을 다녀왔다. 햇빛에 여울지는 금강의 물결과 신비한 조화를 이루는 신성리 갈대밭은 폭 200m, 길이 1km의 약 6만평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로 그 광경이 어떨지는 보지 않고도 상상이 될 법했다.
2m에 이르는 키 큰 갈대들이 가는 바람에 파도치듯 흔들리는 몸짓과 서걱이는 소리가 잊고 지냈던 마음속 자연을 깨우고 있었다. 갈대밭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니 부부들은 어느새 팔짱을 낀 채 영화속 주인공처럼 연인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도 갈대를 꺾어 숲을 헤집고 다니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병정놀이에 푹 빠져 있었다. 신성리 갈대밭은 분명 연인들 뿐만 아니라 가족끼리 가도 괜찮은 여행지인 셈이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중략)'
갈대밭 산책길에 나무 현판으로 걸어둔 신경림의 시 를 비롯 박두진, 김소월, 박목월 등 서정시인들의 시는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신성리 갈대밭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으로 나왔던 송강호와 남한군의 이병헌이 최초로 만났던 달밤의 갈대밭 촬영지다. 지뢰를 밟은 이병헌이 송강호에게 살려달라고 했던 곳이다.
또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과 임수정이 거닐었던 곳으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서 알려지면서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이 철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갈대밭부터 금강 하구 둑까지 이어지는 갯벌에는 도요새와 청둥오리, 뿔논병아리 등 20여종 10만마리의 철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관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배정자(김천여중 교사)
사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성리 갈대숲을 헤치고 다니며 뛰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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