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된 당산목을 주민과 협의도 않고 자를 수 있습니까?" "아파트 앞 도로 예정부지인데다 주인 없는 나무 아닙니까."
건설 시행사가 아파트 신축을 하면서 도로 기부채납 조건으로 마을 당산목을 잘라 마을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29일 오후 4시쯤 대구시 수성구 매호2동 매호천변. 우방팔레스 아파트 신축부지 앞 공터에 모인 주민들은 하천옆 도로에 동강난 채 쌓여 있는 나무 앞에 모여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파트 시행사가 지난 17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자른 이곳 14그루의 팽나무, 말채나무 등은 이 마을의 당산목. 밑둥치가 60cm~1m 가량에 수령이 100년에서 130년에 이르는 아름드리 나무들이다.주민 한모(49)씨는 "이 나무들은 옛날부터 당산제나 경로잔치 마당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며 "아무리 국유지라 하더라도 주민과의 협의 없이 자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화를 냈다. 주민들은 잘린 나무에 '고발장'까지 써 붙여 불만을 표출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7월쯤 이주 대상 주민들에게 나무 처리여부를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 잘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수성구청 관계자도 "나무가 있던 자리는 이미 1988년부터 폭 8m 도로부지로 계획된 국유지"라며 "상당수 나무가 고사해 보존가치가 없고 살아있는 나무도 이식비용이 비싸 잘라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대구 매호동 마을의 애환이 담긴 당산목을 아파트 시행사가 잘라버린 현장.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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