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진회 없으니 학교가 즐거워"

"일진회원들이 학교에서 몰려 다니지 않으니 교내 생활이 너무 즐거워졌어요."

포항북부경찰서가 지난 3월 초부터 40여일 간 피해학생 진술과 설문조사 등으로 파악된 4개 중학교의 4개 여중생 일진회(88명)를 해체하자 이들 학교마다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모 중학교 2년 김모(13)양은 "교내 불량학생들이 하교 때마다 정문에 모여 있다 학생들의 돈을 빼앗고 때렸다"며 "내가 당하지 않더라도 일진회원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라고 말했다.

일진회 해체의 시작은 지난 3월 모 여중 3년의 일진회 3명이 후배의 부모 현금카드를 빼앗아 90만 원을 가로채는 등 후배 7명으로부터 아홉달 동안 18차례에 걸쳐 200여만 원을 뺏은 사건이 나면서부터. 경찰은 4개 학교 여중생 일진회 명단을 파악해 회원상담과 교육당국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자진 해체를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진회의 실체도 드러났다. 얼굴이 예쁘거나 '빽'(싸움을 잘하는 오빠·언니) 있는 학생이 일진회에 가입하며 중학교 일진회원은 자연스럽게 고교 일진회원으로 이어졌다. 후배는 선배에게 90도로 굽혀 인사를 해야 하며 우두머리는 '짱'이나 '와리'로 불려졌고 기강확립을 위해 선배가 후배를 주기적으로 구타를 하는 일명 '물갈이' 행사도 확인됐다.

또 일진회 가입 22일째나 남자친구와의 첫 만남 22일째인, 22일 행사의 비용 '투투비'는 매번 후배로부터 빼앗았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연락 수단으로 사용했다.

북부서 김정수 형사반장은 "2개 남녀 공학 학교에서는 남학생들조차 여학생 선배 일진회원에게 인사를 할 만큼 여중생 일진회의 위세가 대단했다"라며 "해체에 따른 학생 반발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모여중 김모(53) 학생부장은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 수 없어 그동안 신고할 수 없었다"며 "처벌이 아닌 선도 위주의 방침이 고마우며 이제 고민을 덜었다"고 했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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