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피부가 뽀얀 두하나(2·여)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할 수 없다.
구순구개열(언청이)을 앓고 있는 발달장애아여서 말할 수 있는 근육이 없다.
낯가림이 심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다가서면 울음보를 터뜨리는 것이 하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기 표현. 지난 주 구개열 수술을 위해 동산병원을 찾았지만 면역이 약한데다 감기기운마저 있어 수술일자가 늦춰졌다.
한 생활재활교사는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한 나이기 때문에 수술이 미뤄질수록 말 트는 것도 많이 늦어져 걱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유미리(3·여)는 하나의 같은 방 친구. 미리는 딱딱한 벽에 이마를 심하게 부딪치고 머리카락을 뽑아 자해를 한다.
자신의 손톱으로 머리에 피가 날 때까지 긁어 상처를 내기도 한다.
미리는 입 천장이 없어 죽을 그냥 삼키는 것이 유일한 영양분 섭취. 하루 빨리 입천장 재생수술을 해야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은 정상아이보다 더 갑자기, 더 오래, 더 깊게 아파요. 면역력이 약하니 감기는 달고 살고 삼키는 힘이 약해 곧 폐렴이 온답니다.
스무살을 넘기면 장기가 다 노화돼 하나씩 이상이 생기고 그때부터 병원 출입을 시작하지요."
김순화(28·여) 간호사는 아이들의 안타까운 얘기를 담담히 건넸다.
모두가 아픈 것이 여기선 오히려 정상이기 때문이다
애망장애영아원(원장 박헌철)에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183명의 장애아동들이 모여 함께 살고 있다.
대부분이 정신지체와 지체장애를 동시에 안고 있는 중증 복합장애아들인데 경증, 중증, 나이 등으로 반을 나눠 각 방에 4명의 생활재활교사가 애들을 돌보고 있다.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곳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다른 곳으로 가야하지만 받아 주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저 세상 갈 때까지 이곳에서 같은 아픔을 감내하고 있는 친구들과 생활하고 있지요."
현관 앞에 버려진 채 있었던 두살배기 성은(2·여)이는 모두 처음엔 새끼 강아지인 줄 알았다고 한다.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성은이 엄마가 애를 가졌을 때 술을 너무 마신 거 같아요. 철분이 부족해 아직도 발을 꼿꼿이 세우지 못하고 혼자서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습니다.
손을 바들바들 떠는 수전증도 있고 젖병을 혼자 힘으로 빨지도 못하거든요. 애는 이렇게 예쁜데 어찌나 안타까운지…."
성은이는 알코올증후군을 앓고 있다.
머리도 몸도 너무나 작았다.
그래도 처음 1kg이었던 성은이는 모두들 곧 죽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도 보란 듯이 살고 있다.
애망원에는 차마 바라보는 것조차 미안한 아이들이 침대 위에서 힘든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코에 관을 꽂아 음식물을 받아 먹던 유린(5·여)이. 혼자 일어설 수 없던 다리가 골반에서 빠져 대퇴부가 탈골된 현재(4)는 수술 후 양쪽 무릎 사이를 50cm 막대로 덧대놨다.
뼈마디만 앙상한 소원(13·여)이는 중증뇌성마비인데 잘못 들어올릴 경우 뼈가 뚝뚝 부러지기도 한단다.
입은 옷을 자꾸 벗어버리고 철제 침대에 있는 안전보호대를 앞니로 자꾸만 갈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자해를 너무 많이 해서 손수건장갑을 만들어 덧씌운 아이들도 있었다.
모두가 부모의 보호를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갑자기 병원으로 실려가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정부 예산은 정해져 있는데 어떤 애들은 수술도 해야하고 입원도 해야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지금도 수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오늘(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곳 아이들은 오늘 애망원 동산에 모여 다과잔치를 하고 다같이 노래를 부른다.
재활교사를 '엄마'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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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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