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돈을 쓸 수 있는 기간은 단 열흘 뿐. 그동안 뭘 해야할까.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고민은 없을 것이다.
'밀리언즈'는 유로화 통합에 관한 가장 깜찍하고 예쁜 이야기다.
돈다발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소재에 천진무구한 동심을 버무리고, 양념으로 엄마 잃은 아이의 보편적인 슬픔을 가미한 영화는 귀여운 동화로 탄생했다.
영국의 한 소도시. 기찻길 옆에 빈 박스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7살 꼬마 데미안의 머리 위로 검정색 가방이 뚝 떨어진다.
누군가가 기차에서 집어 던진 가방 안에는 파운드화가 가득 들어있다.
아홉살 형 안소니는 "절대 아빠한테도 말하지 말고 신고도 하지 마. 세금이 40%란 말이야"라며 둘이서 이 돈을 쓸 궁리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파운드화가 열흘 후면 유로화로 통합되는 것. 은행에서 환전을 하지 않는 한 열흘 후면 이 돈을 쓸 수 없는데, 꼬마들이 무슨 수로 은행에서 환전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신나게 쓰는 수밖에.
물론 이는 가상의 설정. 영국은 아직도 꿋꿋하게 파운드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꼬마들처럼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신나는 씀씀이는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들다.
감독은 돈다발 이전에 형제의 엄마를 하늘로 보냈다.
어린 데미안에게 사람들은 "엄마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데미안은 유독 죽은 성자와 성녀의 이야기에 집착한다.
대니 보일의 괴짜 기질은 이 부분에서 도드라진다.
데미안의 상상을 통해 "하늘에서는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라며 담배를 피우는 성녀, 참수형 자국이 목에 그대로 남아있는 성자, 데미안 대신 학교 연극에서 목소리 연기를 해주는 성자 등을 등장시키는 것. 데미안은 이들을 만날 때마다 "하늘에서 우리 엄마 봤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두 형제의 180도 다른 돈 씀씀이도 흥미롭다.
어른처럼 세금과 부동산을 운운하는 안소니는 아이들에게 돈을 뿌리며 사람 부리는 재미에 빠진다.
반면 데미안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난하세요(Are you poor)?"라고 물으며 그들을 돕기에 분주하다.
감독은 어른의 축소판인 이들을 대비시키며 돈에 대한 인간사 백태를 풍자했다.
5월 5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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