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아우라지

강이야

급할 것 하나 없어

이 산 저 산

불러 모아

젖이라도 먹이려나

속모를

그 여자 오지랖

대자대비한 그늘처럼.

박명숙 '정선에서'

강이야 무엇이 그리 급할 것이 있을까? 흐르는 대로 흐르면 된다.

그렇기에 아우라지 강은 서나서나 흐르면서 가까이에 있는 이 산 저 산을 불러모아 젖을 먹인다.

특히 '젖이라도 먹이려나'라는 대목에서 강한 모성애를 느끼게 된다.

오지랖이 넓은 여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크게 자비롭고 또 크게 불쌍히 여길 줄 아는 넉넉한 그늘을 가진 존재가 그리운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땅의 지도자들을 생각할 때면 더욱 그러하다.

이 봄날 복사꽃잎 젖어 흐르는 정선아리랑의 고장, 아우라지 강을 찾아 가 보라. 그리고 삐걱거리는 나룻배를 타고 온통 연초록 일색인 산천경개를 둘러보며 마음의 품을 한껏 넓혀 볼 일이다.

이정환(시조시인)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