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 개나리, 진달래…. 원색의 봄꽃들을 보며 우울했던 마음들을 다 날려보냈다. 그런데도 뭔가 모를 그리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면? 이럴 때는 포항 호미곶으로 갈 일이다. 그곳엔 그리움도 지울 만한 3색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호미곶에서는 세 가지 바다가 일렁인다. 푸른 바다에선 파도가, 노란 유채밭에선 유채꽃이, 청록의 보리밭에선 방금 팬 이삭이 바람 따라 일렁댄다.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은 세 개의 바다가 똑같다. 함초롬한 유채꽃밭. 그 안에 몸을 던지면 노란 향기가 이색적이다. 향기의 농도는 발끝부터 차고 올라 온몸 구석구석을 채운다. 향기가 머리까지 샛노랗게 물들이고 나서야 어지러움을 느낀다. 꽃 멀미다.
10만여 평 청보리밭에 들어서면 멀미는 더 심해진다. 막 패기 시작한 보리는 바람부는 대로 짙고 연한 초록 결을 만든다. 이 결은 이내 초록파도가 되어 전체 보리밭을 흔든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도 싱그러운 바람이다. 유채밭에서 노랗게 머리를 물들였다면 보리밭에서는 연초록으로 가슴을 물들일 차례다.
그래도 어쩌지 못하는 그리움이 남아 있다면 호미곶~구룡포 해안도로를 달려보자. 길가에 만발한 유채꽃과 맞은편의 푸른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도로다. 여기에다 제멋대로 자란 해송까지 풍경에 가담한다. 이젠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보며 눈을 물들이면 될 터다. 여유가 있다면 송림에 앉아 바다와 유채꽃을 번갈아 보며 단단하게 마음을 담금질하면 된다.
글·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사진: 노란 유채꽃과 해송, 푸른 바다가 잘 어울리는 호미곶~구룡포 해안도로. 등대박물관에서 구룡포 쪽으로 3㎞ 정도 가면 대보면 강사2리 버스승강장이다. 왼쪽에 송림촌식당이 있고 식당 아래에 해송과 어우러진 작은 유채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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