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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사는 건 지혜 규모의 경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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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남출판사 조상호 사장

아직은 듬성듬성 비어있어 허허하기도 한 파주출판문화단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나남출판사에서 조상호 사장을 만났다. 그는 출판계의 의병장이다. 구한말 일제 침략에 분연히 일어난 의병장처럼 그는 우리시대 출판과 언론, 사상의 '의병장'으로 우뚝 서 있다. 스스로 언론의 의병장이 되기를 자처한다.

나남출판사가 우리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이 이를 증명한다.독재권력의 시절, 고려대 법대를 다니다가 제적당한 한 청년은 '제도언론'을 대신할 수 있는 출판의 언론기능을 꿈꾸면서 79년 '나남출판'을 열었다. '나와 남이 어울려 사는 우리'를 뜻하는 '나남'을 통해 그는 사상과 자유가 편견 없이 교통할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을 꿈꿨고 '쉽게 팔리지는 않지만 오래 팔린다'는 모토로 사회과학서적을 출간했다. 나남의 책들은 좌우를 넘나들었다.

우리 시대 마지막 광복군 김준엽 전 고대 총장의 '김준엽의 현대사-장정(長征)'은 5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고 박경리 선생의 '토지'도 나남이 새로 출간했다.

그는 우리 사회를 '의병사회'로 규정했다. 국가적 위기나 사회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관군은 어딘가로 숨고 의병이 나섰던 역사가 아직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시민단체 같은 NGO들이 의병역할을 하고 있다. 조 사장은 "그런데 이제 의병이 관군화됐어. 순수함을 잃어버렸어"라고 비판했다.

'거짓과 비겁함이 넘치는 오늘, 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기치 아래 조지훈 선생을 기리는 '지훈상'을 제정, 올해로 5회째 이어가고 있는 것이 나남출판의 정신이다.

조 사장은 "세상에는 시대를 앞서가거나 이끌어가는 흐름이 있지만 우리는 그 흐름의 바닥에 천착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출판단지에 들어온 것은 내 길을 열심히 가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모여사는 지혜를 찾자는 것이며 규모의 경제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실험'이 아니라 '실천'이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 우리가 어려웠던 것은 문화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의식이, 문화가 잘못돼서 IMF를 초래했다. 문화가 곧 염치다. 그래서 문화가 힘이다." "문화는 정년도 없다. 끝까지 간다"는 그는 '하천지구(荷天之衢'하늘의 무게를 떠받치는 네거리)'를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나남의 초대 편집장은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병완 대통령 특보이며, 2대 편집장은 신계륜 의원이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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