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豚,아이디어로 간해야 '돈' 되지요

인기 돼지고기집 비결

주먹구구. 외식업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 그리고 기존 영업주들 상당수가 이 말을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이란 말도 주먹구구를 따라다닌다. 결과는 뻔하다.

이번 주 창업 면은 외식업계에서 가장 흔한 창업 아이템으로 불리는 돼지고기에다 연구개발 개념을 접목, 창업 초기부터 호황 가도를 달리고 있는 집을 찾았다. 이들은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붙들기 위해 식당도 연구개발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손님 눈부터 잡아라

대구 본리동에서 돼지고기 구이집인 '꿀렁이'를 운영하는 임철호(36)씨. 지난 1월 개업한 임씨 가게는 그리 크지 않은 규모(43평)지만 하루 매출이 120만 원에 이른다. 개업 초기인데도 불구, 임씨는 이 가게 덕분에 월평균 수입 1천만 원대의 고소득자로 올라섰다.

임씨 가게 입구에는 앞뒤가 투명하게 비치는 냉장고가 있다. 돼지 냉장고. 손님들이 가게 안에서는 물론, 가게 밖에서도 고기상태를 훤하게 볼 수 있도록 자신이 직접 디자인해 만들었다. 냉동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손님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은 고기 썰기. 그는 냉장고 바로 옆에 도마를 두고 손님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고기를 썬 뒤 상에 올린다.

"손님 눈을 잡아야 합니다. '연구'라는 표현은 지나칠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고민했죠. 개업 전, 어떻게 하면 손님 눈부터 사로잡을까를 집중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일단 눈 공략을 위한 연구가 성공한 것 같아요."

손님 눈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도 생겼다.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고깃덩이를 꺼내고 손님 주문량만큼 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성미 급한 경상도 손님들을 감히 기다리게 하다니…. 그는 또 다른 연구 결과물을 내야했다.

"기다리는 손님들을 위해 '쫄쫄이'를 먼저 냅니다. 저희 집은 연탄불만 쓰기 때문에 추억의 연료인 연탄불에는 쫄쫄이가 '딱입니다'. 손님들이 재미있어 하지요."

그는 돼지 1마리를 통째로 그린 메뉴판을 내고 부위별로 주문을 받는다. 메뉴판 디자인 역시 눈 공략 연구의 연장선이다. 목살 1인분 몇천 원, 삼겹살 1인분 몇천 원 따위의 텍스트형 메뉴판은 너무 재미없다고 말했다.

맛 연구는 기본. 그는 개업 전 어떤 고기가 가장 맛있을까 실험했다. 결론은 85∼90㎏짜리 암퇘지. 그는 이 고기만 고집한다.

"200㎏이 넘는 돼지도 맛봤는데 체중이 너무 나가니까 맛이 없더군요. 너무 가벼워도 맛이 떨어집니다. 손님 치르기에 바쁘지만 요즘도 계속 생각합니다. 또 바꿀 것은 없는지를요." 053)551-3133.

◆계절 변화를 주목하라

정현욱(40)씨는 지난해 6월 대구 대명동에 '통맛집'이란 간판을 걸고 고기 구이 전문점을 열었다. 지난 1년간 그의 가게는 하루 평균 200만 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올렸다. 하루 저녁에 480만 원어치를 판 적도 많았다.

주메뉴는 돼지고기다. 돼지고기 구이집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야외활동이 활발한 시기가 성수기. 여름에 창업한 그는 계절 효과를 톡톡히 봤다.

"대구에서는 드문 돼지 등갈비 메뉴를 개발,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홋갈비라는 이름까지 붙여놓으니 손님들이 못 보던 것이라며 많이 찾았죠. 개업 직후 1개월이 지나자마자 하루 매출이 수백만 원으로 올라버렸습니다."

정씨가 뼈대를 들고 하나씩 뜯어먹는 등갈비를 도입한 것은 다차원 분석의 결과물이다. 뼈가 들어가면 푸짐해보여 손님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겨울, 그는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계절적 요인으로 손님이 급감할 기미를 보인 것.

준비한 카드를 내밀었다. 장사가 잘돼 밤을 꼬박 새워가며 영업을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틈나는 대로 새 메뉴를 연구해 '양푼이 돼지 찜갈비'를 겨울 메뉴로 내놨다. 대구 동인동의 양푼이 찜갈비를 벤치마킹, 양푼이를 돼지에 접목한 것이다.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지난해 늦여름 내내 땀을 흘렸다. 온갖 한약재를 동원해 비린 맛을 없애보고, 고기 삶는 법도 달리해 봤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 겨울, 양푼이는 이 가게를 먹여 살렸다. 손님 10명 가운데 8명은 양푼이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비웠다. 겨울 매출이 여름에 비해 큰 하락폭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고기구이집은 여러 가지 소스로 다른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제 일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소스 연구입니다. 손님들이 항상 '시험'에 기꺼이 응해주시니 음식점만큼 연구개발이 편한 곳이 없어요." 053)625-0628.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자신이 직접 만든 '투명 냉장고' 앞에 선 임철호씨(사진 왼쪽) '양푼이 돼지 찜갈비'를 개발한 정현욱씨. 그들은 작은 식당도 꾸준한 연구 없이는 더 이상 굴러가지 않는다고 했다.

◇ 돼지고기 전문점 이것이 궁금하다

돼지고기 전문점. 어떤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을까? 외식업 전문 컨설팅기관에 물어봤다.

Q)장점?

A)농협중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육류 소비자들의 75.7%가 지난해 1주일에 1회 이상 돼지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이 결과에서 보듯이 돼지고기는 수요층이 매우 두텁고 소비도 안정적이다. 조리법이 다양하고 불판이나 소스, 부위 등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으며 프랜차이즈가 활성화, 특별한 기술 없이도 손쉽게 창업할 수 있다. 또 마진이 많은 편인 주류 판매가 쉽고 테이블 회전율이 높다.

Q)수익률?

A)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30~35% 정도. 요즘은 인력난에다 원가 상승까지 겹쳐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익률을 맞춰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Q)독립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어느 형태가 유리하나?

A)장사경험이 없는 초보창업자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맛이나 품질 면에서 월등하게 뛰어나거나 차별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독립점 창업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개인의 경우 아이템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Q)적정 입지는?

A)돼지고기 전문점은 회식 등의 단체모임 또는 가족 외식장소로 주로 이용된다. 때문에 대학가'중심업무지구 등 단체고객이 많은 곳이 좋고 가족고객이나 소규모 모임이 잦은 아파트단지 내 상권도 좋다. 2층보다는 1층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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