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대가 한집에'…김영래(77)씨의 가족예찬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증손녀까지 얻었으니 더 바랄게 뭐 있겠어요."

매일 아침 중년의 며느리와 손부(孫婦)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서는 김영래(77·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씨의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다. 황금동 노인종합복지회관 게이트볼장으로 떠나는 김씨는 '출근'할 곳이 있고 내 마음처럼 따라주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다.

김씨는 34명의 자손을 둔 대가족의 큰 어른이다. 슬하 8남매에다 손자·손녀 16명, 사위·며느리 8명, 외손서에다 6개월 전 태어난 증손녀까지. 맏아들 부부 등 4대 6명과 한 집에 사는 그는 '가족'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자손이 많으면 바람잘 날 없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6형제 가운데 막내인 그는 대가족 자랑거리를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수성못을 한 바퀴 달리며 일과를 시작하는 김씨는 아들, 며느리, 손부와 함께 아침을 먹고 대문을 나선다. 막 태어난 증손녀의 해맑은 얼굴이 하루종일 어른거린다. 생일 때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제사 때나 명절, 기념일 때마다 서로 자기 집에 놀러오라고 모시는 자손들 덕에 '이번엔 누구 집에 가야하나'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 일쑤다.

"내가 산채와 곰국을 좋아하는데 때마다 음식을 준비해 부르는 통에 나처럼 행복한 늙은이가 어디 있나 싶지요."

공무원, 공기업 직원, 회사원, 사업가 등 각자 하는 일은 다르지만 30여명이 앉기엔 비좁은 집이 전혀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대가족이 살아가는 행복은 뭘까. 김씨는 화합을 얘기했다. "싫은 소리하려면 끝도 없어요. 하지만 '잘한다', '좋다'라며 칭찬해 보세요. 가족이 자연스레 뭉쳐져요."

맏며느리(52)도 이 대가족이 큰 의견충돌 없이 우애를 유지하는 것이 시아버지의 든든한 그늘 때문이라고 추켜세웠다.

김씨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양육부담이 크다', '편하게 살겠다'며 아이를 적게 낳는데 말년에 나 같은 행복을 누리려면 될 수록 가족을 많이 둬야 하지 않겠나"며 가족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 : 한집에 4대가 함께 살고있는 김영래(사진 가운데)씨 가족. 둘째 장식(왼쪽 두번째), 맏손부 김수금씨와 증손녀 소정양(오른쪽) 4대가 어버이 날을 앞두고 6일 오후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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