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조와 함께

가거라,

그래 가거라

너 떠나보내는 슬픔

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겠느냐

저렇듯 울어쌓는 뻐꾸기인들 다 알고 울겠느냐

박시교 '이별 노래'에서

모두 네 수인데 셋째 수만 옮겼다.

봄에 몹시 쓰린 한 별리를 겪었나보다.

'가거라, 그래 가거라' 하고 겉으로는 소리 높여 말하지만, 그 슬픔은 안으로 못물 하나로 넘칠 것이다.

천파만파의 차디찬 물결로. 봄이 되면 산이 푸르지만, 다 알고 푸른 것이 아니요, 울어쌓는 뻐꾸기인들 다 알고 울겠느냐고 되묻는 장면에서 슬픔의 극치를 안으로 쟁여 안고 삭이는 연연한 모습을 읽는다.

'진달래꽃'과 '가시리' 못잖은 이별 노래이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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