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판기 사업 "돈되는 줄 알았더니…"

3월에 식당을 개업한 ㅂ(58·대구시 달서구)씨는 "한 달에 최고 70만~80만 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자동판매기 판매사원의 말을 믿고 자판기를 구입했다. 자판기 설치와 동시에 그 직원에게 자신의 인감과 위임장, 신분증을 내줬던 ㅂ씨는 계약서가 체결된 뒤 후회하게 됐다. 식당에 설치된 자판기는 중고품이었고 540만 원이라던 자판기는 할부로 750만 원이 넘는 고가임을 알게 된 것. ㅂ씨는 계약해지를 요구했으나 판매업자는 위약금 22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구사무소(소장 박재규)는 최근 들어 자동판매기 판매업자들의 '기만적인' 상술로 인한 소규모 영세사업자들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실제로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자판기 구매 관련 피해 상담건수는 1999년 762건, 2000년 851건, 2001년 1천403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02년 이후에도 매년 700~1천1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공정위 대구사무소 소비자보호과 김명화씨는 "자판기 구매를 둘러싼 소비자들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며 "판매업자들이 식당 및 미용실 신규개업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영업활동을 함에 따라 두 달에 걸쳐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자판기 구매관련 피해방지 교육까지 실시했다"고 밝혔다.

▲수익 과장해 계약체결 유도=가장 주된 피해는 수익을 과장하거나 자판기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것처럼 현혹하는 판매업자 말만 믿고 덜컥 매매계약을 체결한 데서 발생한다는 게 공정위 대구사무소의 지적. 뒤늦게 사실을 알고 계약해지를 요구할 경우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안동에 사는 ㄱ(47·자영업)씨 경우 "장소제공만 해주면 자판기를 무료로 설치해 주고, 월 21만 원을 내면 나머지 이익금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영업사원 말을 믿고 가게세라도 벌 생각으로 설치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예상수익이 나오지 않아 자판기 철거를 요청하자 판매사원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자판기를 도로 가져가겠다던 말을 바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ㅇ(30)씨는 자판기 임대계약상 필요하다는 판매사원 말을 믿고 신분증과 인감 등을 내줬다가 자판기를 할부로 구입하게 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철회를 요구했으나 판매사원은 되레 큰소리를 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공정위 대구사무소에 하소연했다.

앞서의 피해유형에서 보듯 자판기 판매업자나 영업사원들은 수익을 과장하면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 "당신 가게 주변을 시장조사했는데 목이 좋아 하루에 몇 잔만 팔아도 월 20만 원 수익이 보장된다"는 식이다.

"장소만 빌려주면 되기 때문에 전혀 손해 볼 일이 없다", "장소를 빌려주는 대가로 수익의 일부를 주겠다", "예상한 수익이 나오지 않으면 자판기를 다시 가져가고 대금은 안 내도 된다" 등의 '미끼'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 또 대기업으로 위장하거나 계약서를 검토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손님이 많은 혼잡한 시간대에 업소를 방문하기도 한다.

▲하루라도 빨리 계약해지 통지해야=무엇보다 "절대 수익을 보장해 준다"는 자판기 판매업자들 말에 현혹되지 말 것을 공정위 대구사무소는 당부하고 있다.

특히 신분증이나 인감도장 등을 맡기는 순간 매매계약 및 할부약정이 체결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이 경우 500만 원 상당의 자판기를 3년 할부로 구입하게 되고, 월 20만 원씩 모두 72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맡길 경우 모든 계약서가 이것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피해발생시 법에 의해 구제받기도 어렵다. 자판기 판매업자들이 약속한 사항도 대부분 구두로 이뤄진 경우가 많아 그들이 부인할 경우 입증이 불가능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힘들다.

공정위 대구사무소 김명화 씨는 "지체할수록 위약금이 더 커지기 때문에 원하지 않은 자판기를 구입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내용증명 우편으로 계약해지 통지를 해야 한다"며 "자동판매기를 제대로 알고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의 053)742-9142~5.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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