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연(蓮)

매년 봄이 되면 고즈넉한 산사를 찾아 길을 떠난다.

봄 햇볕에 몸을 낮춘 당우들, 바람에 살짝살짝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내는 풍경과 스님의 독경소리가 눈과 귀를 가득 채워준다.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연잎을 지켜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다.

불가에서는 연잎을 무상(無常)의 의미를 담은 또 하나의 부처로 보고, 연꽃을 불교 교리를 상징하는 만다라이자 윤회의 상징물로 간주하기도 한다.

순수와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불교미술에서 연화문(紋)은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도상(圖像)의 하나다

연(蓮)은 소망을 말해주는 꽃이기도 하다.

연잎 하나하나의 의미는 다산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의 마음 신앙이다.

태동하는 봄의 활력이 꽃들에 생기를 더해주는 음력 사월.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각 사찰과 시내 곳곳에서 부처님 오신 날 행사준비가 한창이다.

어저께는 신부님과 스님, 목사님이 나란히 합장하고 108(109)배 하는 모습이 지상에 보도된 것을 보고 한층 마음이 밝아짐을 느꼈다.

인류역사에서 종교 간 화합만큼 오래 된 과제가 또 있을까.

저녁무렵 산사나 시내 거리에는 초파일 연등이 화사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며칠 전 가두 연등행렬도 있었다.

이제 초파일도 성탄절과 마찬가지로 어느 특정 종교의 행사가 아니라 축제문화로 승화되고 있다는 인상이다.

엄숙한 종교적 제의가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호응하고 의미를 함께 나누는 즐거운 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화합하고 상생하는 모습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흙탕물에서 피어오른 연꽃이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자태를 드러내듯 비록 어지러운 세상을 살지만 우리 마음 속에도 밝고 희망 찬 5월의 꽃이 피었으면 한다.

고려미술문화연구소장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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