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천, 친환경 장묘문화 이끈다

화장한 유골을 나무 밑에 묻는 수림장(樹林葬)과 공원 형태의 친환경 묘원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천 은해사(주지 법타스님)는 교계에서는 처음으로 경내 소나무 군락지에 장지 1만여 평을 조성한 뒤 이를 수림장 장소로 개방했다.

수림장은 화장한 유골을 나무 밑에 묻은 뒤 망자의 이름과 출생·사망일을 적은 팻말을 나무에 매어두는 장례방식. 비석과 경계석 등 일체의 인공물을 설치하지 않아 이상적인 친환경 장례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현재 4그루의 소나무가 분양됐다.

수림장은 유골을 산에 뿌리는 산골(散骨) 방식이 지닌 부정적인 면을 개선할 수 있으며, 산골과 매장을 적당히 혼합함으로써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후손들에게는 조상의 유골과 하나된 나무를 보존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

법타스님은 "묘지난 해결과 환경보호를 위해 수림장 대중화에 나섰다"면서 "나무를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체감하면서 상생의 이치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 고경면 오룡리의 인덕원(仁德園)도 산골(散骨) 방식의 가족공원이다.

경주 최씨들의 가족묘원이며 마을 인접 도로를 낀 500여 평 규모다.

생전에 명단석에 이름을 올린 가족 중 사망자가 생기면 잔디를 드러낸 뒤 흙과 유골을 1대1 비율로 섞어 잔디 밑에 파묻는 복합형 산골 제도이다.

망자에 대한 기록은 공원 내의 명단석에 '졸(卒)'이라는 글을 새겨 넣음으로써 조상이 이곳에 묻혔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두게 했다.

가족공원을 조성한 최봉진(80)씨는 "우리나라는 죽은 뒤에 효도한다는 허례허식으로 매장문화가 자리하며, 산야가 무덤으로 뒤덮이고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식으로 납골제가 나왔으나 이 또한 주변의 위화감 등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산골 방식의 친환경 가족공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덕원에는 오는 9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앞두고 최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현장을 둘러봤는데 "획기적인 장례 문화"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스위스와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화장한 유골을 각 가정의 화단의 나무 밑둥에다 묻는 장례 방식이 일반화됐다.

좁은 공간에 많은 분골을 안치할 수 있는 수림장과 가족공원묘원이 바람직한 장례문화로 정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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