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낭만이 가득한 여유로움이다. 한가롭기 그지없다. 바쁜 걸음도, 쏜살같은 자동차도 보이지 않는다. 신호등도 없었나 보다. 버스가 앞으로 지나가는데도 말쑥한 신사가 그 옆을 느긋하게 지나가고 있다.
1970년 대구 서구 북비산네거리. '일단정지'라는 철길의 노란 팻말에도 아랑곳없이 쌀을 실은 자전거와 교복 입은 학생이 지나간다. 저 멀리 팔공산이 눈에 가득 담긴다. 그 시절 '여인숙'과 '전당포'는 서민들과 함께였다.
이곳 토박이인 박귀남(72) 할머니는 "하얀 고무신 신으면 멋쟁이 아가씨였지. 저 멀리 보이는 세발자동차(삼륜차)는 아마 연탄 배달부였을 거야. 사람이 지나가는 길은 차들이 피해다녔는데…."라며 옛사진을 보고 감회에 젖어들었다.
지금은 어떤가. 철길 밑으로 지하차도가 뚤려 '일단 정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도로 옆으로는 목공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왕복 6차로로 하루에도 몇 만 대의 차들이 씽씽 달리며 속도를 자랑한다. 여인숙은 여관이 됐고 원룸이 돼, 저 멀리 팔공산이 보이지도 않는다. 양버즘나무가 10m 간격으로 가로수를 만들고, '야간 통행'을 위한 가로등도 빽빽하게 박혀 있다. 세월이 물씬 흘렀다.
박 할머니는 "마주보고 앉아야 했던 버스좌석이 지금처럼 바뀐 게 저 빨간 버스였어.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던 시절에는 교통사고도 없었는데…고속열차가 지금은 어찌나 빨리 다니는지 볼 수도 없게 철판으로 가려버렸지 뭐여." 낭만의 여유가 그립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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