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3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옴니버스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발랄하고 솔직한 사랑의 방정식을 유쾌하게 그려낸 로맨틱 코미디다.
'캣츠'나 '카바레', '맘마미아'처럼 관객을 압도하는 엄청난 무대세트나 화려한 군무, 현란한 볼거리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기대했다면 '아이 러브 유'를 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는 게 좋다.
이른바 원 세트인 무대에 몇 종류의 의자, 테이블, 결혼식 부케 정도의 소품으로는 그 기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게 뻔하다.
그러나 배우와 객석이 하나로 호흡하는 생동감 넘치는 무대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유머, "맞아 맞아"를 연발케 하는 공감(共感)의 뮤지컬을 원한다면 '아이 러브 유'는 분명 '초강추'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네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 서 있다.
남경주, 최정원, 문성혁, 백주희. 이들이 2시간 동안 극을 이끌어갈 등장인물의 전부다.
'아이 러브 유'의 진짜 재미는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배우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변신술(?)에 있다.
4명의 배우는 20가지 에피소드를 소화하며 한 사람당 16역을 펼쳐낸다.
각 장이 넘어가는 찰나에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물론 각각의 캐릭터에 따라 호흡, 발성, 동작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5~10분 분량의 TV시트콤을 보는 듯 재치 있는 대사와 상황은 1분에도 서너 번씩 웃음이 터지게 만들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단출한 밴드는 톡톡 튀는 연주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린다.
한 장이 끝나고 암전될 때마다 무대 한 편에 붙은 작은 모니터가 새로 시작될 에피소드의 제목을 보여줘 미리 다음 신의 내용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
작은 무대를 최대한 활용해 장면마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는 무대 연출도 매력이다.
이 같은 점들은 '아이 러브 유'처럼 레뷰(Revue) 뮤지컬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다.
레뷰란 기승전결의 스토리 대신 여러 에피소드를 코미디, 춤, 노래 등과 적절히 뒤섞어 만든 공연물.
1막은 혼기가 찬 미혼 남녀의 짝짓기로 출발해 싸움과 화해를 통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보여주며 2막에서는 이들이 결혼 후에 겪는 신혼의 육아 및 가사 분담, 성생활, 배우자의 변화, 쇼핑, 이혼, 노년의 새로운 사랑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고리가 없다.
새로운 상황에 새로운 남녀가 등장한다.
하지만 극은 하나의 완결된 주제를 향해 달려간다.
바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인류의 영원한 소재인 '사랑'이다.
20개의 에피소드가 모두 흥미롭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신은 5장 '슬픈 영화'. 영화라면 자고로 '액션영화'라던 마초 근성의 남자가 최루성 멜로 영화를 보며 펑펑 우는 장면에서 객석은 뒤집어진다.
의자 4개로 자동차를 표현해 내는 '패밀리 드라이브'도 무릎을 치게 하는 아이디어. 다만 남경주의 눈동자가 가운데로 몰리는 모습까지 볼 수 있던 중극장용 작품이 대구 공연에서는 1천 석 규모의 대구문예회관에서 올려지게 된 점은 자칫 극의 재미를 반감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3만3천~5만5천 원. 053)422-4224.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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