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커지면서 어릴 때부터 미리미리 실력을 키워둬야 한다며 어린이 글쓰기 교실, 논술강좌, 독서토론 교실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 학원이나 과외 교사의 도움없이 편지쓰기, 시쓰기, 글쓰기 대회 상을 휩쓰는 학생이 있다. 김영경(대구 남송초교 4) 양이 글쓰기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여섯 살 때부터 꾸준히 써 온 일기 덕분. 김 양과 엄마 이양재(48)씨가 이야기하는 일기 쓰기의 즐거움을 들어보자.
▲표현력은 느낌이 있는 일기 쓰기로
영경이는 글씨를 처음 배웠을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한창 뭐든 쓰고 싶을 때라 오히려 일기 쓰는 일이 즐거울 때였다. 이렇게 쓴 일기장이 하나 둘 늘어나자 이제는 일기 쓰기가 아예 습관으로 굳어지게 됐다. 영경이는 "가끔 너무 피곤하거나 쓰기 싫은 날도 있지만 그런 때는 다음날 아침에라도 꼭 일기를 쓴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한 번도 일기 쓰기를 빠뜨린 적이 없다"고 했다.
영경이의 글쓰기 실력이 부쩍 늘게 된 데는 담임선생님의 영향도 컸다. '주제가 있는 일기 쓰기', '느낌이 있는 일기 쓰기' 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표현력을 한껏 끌어올려 준 것이다. 이 때문에 또래의 아이들이 매일의 일상을 의무감으로 쓰는 것과 달리 영경이는 일기가 바로 수필이 되고, 시가 됐다. 예를 들면 창밖 바라보고 느낀 점 써 보기, 부모님께 효도일기 써 보기 등이다.
날씨도 '맑음', '흐림' 등으로 간략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날의 날씨를 보며 든 생각을 압축된 문장으로 만드는 자신만의 날씨 표현법을 통해 '꽃잎이 떨어져서 슬픈 날', '바람이 불어서 우울한 날' 등으로 표현했다. 이쯤 되자 영경이는 글 쓰는 일이 두렵지 않아졌다. 편지 쓰기나 시 쓰기, 독서감상문 쓰기 등 각종 대회에서 꼬박꼬박 상장을 챙겨올 정도로 글쓰기 실력이 탁월해졌다.
▲사고력 향상은 독서와 토론으로
영경이네는 가족이 둘러앉아 뉴스와 신문에 보도된 각종 사건을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배달되는 신문을 함께 읽고 대화거리로 삼는 것. 주된 토론의 대상은 스승의 날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나, 교사의 일기장 검사가 인권침해라는 기사 등 교육관련 기사다. 영경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뉴스라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씨는 "특별히 말하기나 토론 학원에 보낼 필요없이 잦은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의 폭을 넓혀 줄 수 있다고 본다"며 "영경이가 내세우는 주장과 이유가 합리적이지 못할 때는 왜 그런지를 알려주고, 억지를 부리지 않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풍부한 독서량도 영경이의 글쓰기 실력을 뒷받침하면서, 일기의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일주일에 2, 3권의 독서량을 자랑하는 영경이가 가장 많이 읽는 책은 고전 명작. 이씨는 "매주 일요일 아빠와 함께 서점을 방문하면 아직 나이가 어린 탓에 만화책을 보겠다고 졸라대기도 하지만 결국은 고전 명작을 사들고 온다"며 "영경이가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명작의 맛을 알게 하고 싶어 고전을 주로 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기 검사는 대화의 통로
영경이와 엄마는 '일기 검사가 인권침해'라는데 대해 할 말이 많다. 영경이가 매일 꼬박꼬박 일기를 쓰는 이유는 선생님의 일기 검사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기 위해 억지로 글을 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기장 구석구석에 선생님이 달아주는 답글이 재미있어 일기가 쓰고 싶어진다는 것.
영경이는 "선생님을 믿기 때문에 일기 검사에 대해서는 불만이 없다"며 "오히려 이런 것은 선생님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기장에 써 놓을 때도 있고, 정말 보이고 싶지 않은 비밀 내용은 일기장을 접어놓으면 선생님이 보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도 일기 검사가 필요하다는 데는 대찬성이다. 이씨는 "담임선생님이 영경이의 속마음까지 헤아려주는 것을 보면 일기장이 교사와의 대화통로로 활용되는 것 같다"며 "여전히 한 반 학생수가 30명을 넘어가는 상황 속에서 교사가 아이 개개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기장을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끔은 이 일기장이 엄마와의 대화통로 구실도 한다. 영경이가 엄마에게 말로 하기 힘든 내용은 은근슬쩍 일기장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이씨는 "일기장을 보여주면 영경이가 내 마음을 알아달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며 "아이들의 일기 쓰기는 인권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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