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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14)아테네

와인은 프랑스, 피자하면 이태리, 맥주는 누가 뭐래도 독일! 아무리 인터넷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고 지구촌이 내남없이 돌아간다 해도 각 나라 마크를 달고 뛰는 대표 선수는 있기 마련이다. 유럽 전역을 살아 숨쉬고 있는 그리스 로마신화. 드디어 그 신화의 홈그라운드인 아테네에 발을 내딛었다.

신화의 본고장을 찾았으니 이제 도처에 널린 그 흔적들을 주워담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고이 숨겨뒀던 마지막 히든카드를 조금씩 열어보는 설레임으로 아크로폴리스에 올랐다. 그리스 신화 실세들의 신전이 모인 곳이니 아크로폴리스를 봤다면 그리스 신화의 큰 맥은 제대로 더듬은 셈이다.

아크로폴리스(Akropolis). 높은 곳에 자리한 도시라는 뜻이다. 아테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니 지금도 그러하지만 신전을 세우던 당시에는 최고의 명당이었을 거다. 그들이 가장 숭배하는 신을 모실 장소로 선택받을 만큼의 신성함이 충분히 느껴진다. 아크로폴리스의 웅장함은 역시 파르테논 신전이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나 파르테노스(Athena Parthenos.처녀아테나)여신을 모신 곳이다.

신화 속 제우스는 그리스 최고의 문명화된 도시 이름을 정하기에 앞서 그 권한을 이곳 시민들에게 주었다. 자신들을 섬기는 도시를 갖고 싶어했던 아테나와 포세이돈은 각자 그 도시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며 선택을 기다린다. 이때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자신의 삼지창으로 뚫은 샘을,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올리브를 각각 선물한다. 올리브의 매력에 빠진 도시민들은 아테나에게 표를 던지고 그녀의 이름을 따서 자신들의 도시를 아테네라 부르기 시작한다. 지금의 그리스 수도 아테네는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그리스 사람들의 흡연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남녀노소가 서로 마주앉아 담배를 피워대지만 비흡연자를 위해 담배연기를 돌려뱉는 정도의 배려조차도 기대하기 힘들다. 흡연자들의 설자리가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이제 담배를 기호품이라 주장하다간 자칫 야만인 취급받는다. 이에 비하면 이곳 그리스는 그야말로 애연가들의 천국인 것이다.

그리스인들의 이같은 담배 사랑에도 불구하고 폐암 발병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건 바로 올리브를 항상 입에서 떼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런 고마운 선물을 안긴 신이고보니 그리스인들이 그녀의 이름을 따 도시명을 짓고 늘 이름을 부르면서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한건 어찌보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올림푸스 최고의 신 제우스 신전을 눈 아래 내려다 볼 수 있는 자리에 그의 딸 아테나 여신의 신전을 지어바쳤다는 것만으로도 아테나여신에 대한 그들의 애정을 짐작해 볼만한다.

그런데 이 파르테논 신전(아테나신전)은 지금 한창 대수술 중이다. 커다란 크레인을 설치한 채 조금씩 복원하고 있다. 2천200년 전에 지어진 이 장대한 건축물은 그동안 전란을 겪으면서 그리스인들의 자존심과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적국들의 표적이 되었다. 상대국의 화약고로 전락하는 수모와 숱한 포격의 고초를 겪으면서 그 위용은 사라지고 지금은 쓰라린 상처로 신음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복원작업은 정교하고 섬세한 만큼 더디고 지루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철제 장비에 둘러쳐진 파르테논을 지켜봐야 할지 모를 일이다. 말끔히 치유돼 과거의 장려함을 다시 찾은 파르테논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비록 전란 중이라 할지라도 무고한 여자와 아이들이 보호되 듯 고귀한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은 우리들의 몫인 것 같다. 강건해(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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