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유특별법 어떻게?-(4)외국의 섬유 관련법

산업 비전 제시…경쟁력 키웠다

'섬유클러스터 선진화 특별법'은 일본과 이탈리아의 섬유육성책을 벤치마킹했다.

법에 '클러스터'를 붙인 이유는 최근 일본 도레이사의 '합섬클러스터'에서 착안했다.

패션과 직물을 연계해 길드(조합)를 중심으로 고부가가치화를 이룬 이탈리아의 섬유산업전략도 참고했다.

생산에서 기획·마케팅 쪽으로 중심 축을 옮겨 선진국형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일본

일본은 1967년 섬유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제정한 뒤 5년마다 법을 연장, 섬유산업 육성에 관한 법적 뒷받침을 해왔다.

하지만, WTO 규정에 따른 통상마찰 우려로 법은 1999년 폐지됐고 추진기관인 섬유구조개선협회도 해체됐다.

대신 일본 정부는 구조개혁을 통한 섬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3 섬유비전'을 내놨다.

섬유비전에 따라 일 정부는 중소기업의 자립화를 위해 단체나 조합보다 선도기업에 대해 150억 엔(1천396억 원)을 5년간 지원하는 한편 중국 부유층(상위 10%)을 겨냥한 고급화 전략을 채택해 전시회 참가, 브랜드 PR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사업의 일환으로 패션과 원사, 직물이 함께 모여 기획상품을 구상하면 재정을 지원하는 '만남의 장'(가칭)을 마련했다.

또한, 생산·유통의 효율화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SCM(Supply Chain Management) 추진협의회를 결성, 거래관행 개선 및 정보화를 추진 중이다.

민간에서도 구조개혁 움직임이 활발하다.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최대 화섬업체인 도레이 그룹은 최근 산지기업 70개 사와 연구기관을 연계한 '합섬클러스터'를 구축해 지난해 약 14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장기적으로는 IT, BT 등을 접목시킨 제품 개발 및 원사에서 제품까지 단납기(短納期)를 추구하는 QR시스템 구축 등의 목표를 잡고 있다.

◇이탈리아

한때 독일, 프랑스의 단순 하청생산국에 불과했던 이탈리아. 하지만, 1971년 섬유산업법 제정을 시작으로 20여 년간 일관된 섬유산업육성책을 통해 제직·염색분야는 이미 독일, 프랑스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가지게 됐다.

이탈리아 섬유산업의 강점은 차별화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강소기업'이 많다는 점이다.

또 꼬모나 비엘라의 제직·염색업계들 사이에 형성된 길드는 파트너십을 통한 정보 유통, 패션과 직물의 분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도 최근 유로화 강세, 생산단가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최근 '모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Moda Made in Italy)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주·시 정부가 중심이 돼 섬유 산지에 직업훈련소, 기술연구소, 섬유정보센터 등을 설립하고 제품 이미지 홍보를 위해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패션쇼나 전시회 등을 열고 있다.

또한, 민관 협력의 CITTA DEGLISTUDI(연구도시)를 만들어 연구개발, 기술교육, 기술이전 등 공공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해 기업의 상품개발력과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계명대 정기숙 교수는 "일본의 경우 5년마다 섬유산업 육성방향을 검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며 "외국의 섬유산업 육성책은 중앙·지방정부, 섬유단체,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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