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도~대구 150㎞' 도보행진 시각장애인

"독도사랑이 우릴 길 안내"

"몸은 피곤하지만 우리 국민의 독도사랑을 다시 한 번 알리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아 기쁩니다."

지난 17일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경주-영천-대구까지 150km를 걷는 시각장애인들의 독도지키기 도보 대장정이 27일 오후 경북도청 당도했다. '독도지키기 캠페인'을 마친 경북점자도서관 이재호(39·포항시 남구 해도동·시각장애인) 관장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시·도민들의 격려 속에 무사히 마쳐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에는 이 관장과 김정협(29·경북점자도서관 교정사), 김형태(24·경북시각장애인연합회)씨 등 시각장애인 3명과 영남대 특수교육학과 학생 7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캠페인 기간 중 경북도의회에서 만든 '민족의 섬 독도' 책자를 점자책, 녹음테이프 CD 각 100개씩으로 제작해 대장정 구간인 경주·영천시 등에 전달했다. 독도 사랑 홍보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이들이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독도 입도 실패. 포항을 출발해 울릉도 성인봉·독도박물관에서 홍보활동을 벌인 뒤 18일 독도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독도 접안시설에 부착하려 했던 독도 주소지 점자 입간판을 울릉군에 기탁하는데 만족해야 했고 '일본은 독도침탈 야욕과 역사왜곡을 사죄하라'는 등 4개 항의 결의문 발표도 울릉도 성인봉에서 이뤄졌다.

이 관장이 대장정을 마음 먹은 것은 지난 3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 제정 등 일본의 망동에 대한 장애인들의 분노를 보여주고 국민들의 독도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장애인의 날(4월20일)에 맞춰 벌이려던 계획은 여러 가지 이유로 늦춰졌다. 가장 큰 어려움은 행사 경비 마련. 7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후원해 줄 기업·단체가 나서지 않았다. 출발 직전에 포항 한창게이지산업 한창화 대표가 300만 원, 익명의 시민이 100만 원을 기탁해왔지만 모자라는 비용은 점자도서관이 자체 부담해야 했다.

이 관장은 "걷는 도중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들이 끝까지 힘 내라고 응원해 주어 큰 용기를 얻었다"며 "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애써준 자원봉사자들의 고생이 컸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

사진: 11일동안 울릉도를 출발해 독도를 거쳐 대구까지 150Km를 걸어 독도 지킴이 캠페인을 벌인 시각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27일 오후 경북도청에 들어서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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